두 달 가까이 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KBS 노사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 간의 관계를 추가 폭로한 것에 대해 사측이 반박에 나섰다. KBS 사측은 국정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파장이 예상된다.
새노조는 30일 “국정원 정보관(I/O)이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에게 200만원을 줬다는 내용이 적시된 국정원 문건을 확인했다”며 “이 문건에서 국정원과 KBS 보도국장 간의 커넥션 의혹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새노조에 따르면 ‘KBS 보도국장 안보 현안 관련 보도 협조’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안보 관련 KBS 기자 취재 분위기 파악 ▦남북관계ㆍ국익 저해 보도 자제 ▦국정운영 지원 보도 ▦소요예산: 200만원, 5월 8일 전달(여론2팀장, 담당 I/O) 등의 내용이 담겼다.
새노조는 “국정원이 KBS 보도국장에게 기자들의 동향 파악 등 사찰을 부탁한 것”이라며 “당시 KBS 담당관이었던 여론2팀의 이모 팀장은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에 고대영 당시 국장을 ‘월 1~2회 만난다’ ‘급할 경우 전화통화한다’고까지 밝혔다”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이 팀장은 국정원 적폐청산TF에서 고 사장과 고교 동창인 국정원 선배 이모씨를 통해 소개받았다고 진술했다”며 “이모씨는 2009년 당시 국정원 대변인이었다”고 언급했다.
새노조는 또한 2009년 1월 KBS가 당시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태국으로 외유성 해외 골프를 떠난 사실을 1월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보도한 데 대해 “국정원의 은밀한 제보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새노조에 따르면 당시 김철민 KBS 방콕특파원은 “고대영 보도국장이 주말인 토요일에 휴대폰으로 직접 전화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방콕 모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으니 취재해서 리포트를 제작하라고 했다”며 “리포트 취재결과에 대해서는 부장이나 데스크한테 보고하지 말고 국장 자신에게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김철민 기자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이 10명이나 방콕에 들어왔는데 취재 과정에 만난 대사관 직원들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방콕 주재 한국 대사관 국정원 참사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이러한 정보가 “국정원에서 나왔다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고도 새노조에 밝혔다. 새노조는 “국정원이 임시국회 회기 중 외유성 골프를 즐긴 야당 국회의원들을 고발해 국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KBS를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은 “근거 없는 허위 주장으로 KBS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사측은 이어 “국정원이 2009년 자료를 특정해서 거론한 것과 노조 등 일각에서 관련된 주장들을 하는 것은 당시 민주당 의원들의 골프 외유 보도 건에 대한 표적 조사나 보복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KBS는 이날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발표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서훈 국정원장과 정해구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KBS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의 허위사실 공표로 KBS 명예가 훼손돼 서 국정원장과 정 개혁위원장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KBS는 소장에서 “2009년 5월 당시 KBS 보도국장(현 고대영 사장)이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현금 200만원을 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일방의 진술에만 근거한 허위사실이 기재된 국정원 개혁위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KBS의 중립성과 공영성, 공정성이 심대하게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고대영 사장은 이날 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ABU) 총회 참석을 이유로 중국으로 출국했다. 내달 6일 돌아올 예정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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