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ㆍ학생 등 1300명 운집
고령사회 주제로 소통의 시간
“한의학의 노화 방지 효과와 수천 년간 활용한 천연물 등을 무시할 수 없다. 분자 단위의 기능을 파악한다면 한의학의 효능을 더 효과적이고 오래 지속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198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단백질 연구의 대가 로버트 후버 독일 뮌헨공과대학 교수가 30일 서울에서 행한 강의에서 한의학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이 강연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에서 각 분야 노벨상 수상자 5명이 ‘인류가 마주할 고령사회’를 주제로 나눈 토론의 일부다. 노벨상 시상식 주간에 스웨덴에서 개최되는 문화ㆍ학술행사 ‘노벨위크 다이얼로그’의 해외 특별행사로,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노벨재단 산하 노벨미디어가 개최한 행사에서 ‘양자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201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세르주 아로슈 콜레주드프랑스 명예교수는 “양자컴퓨터가 언제 가능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인류가 얻을 것은 많다”고 말했다. 아로슈 교수는 “1947년 미국 물리학자가 개발한 핵자기공명 기술도 당시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자기공명영상(MRI) 기술로 발전해 지금 인류의 삶을 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물경기 변동이론을 창시해 2004년 노벨경제학상을 거머쥔 핀 쉬들란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고령사회를 정부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정년을 연장하거나 젊은 이민자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20, 30대 이민은 국가 예산에 플러스 요인이지만 어린이나 노인은 비용이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40년 넘게 노화 연구에 매달린 생물학자 톰 커크우드 덴마크 코펜하겐대 명예교수는 “노화는 굉장히 복잡한 작용인 데다 알츠하이머나 암 등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질병은 물론 주변 환경 등과의 연관 관계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류의 수명 연장에 대한 질문에는 “수명 연장은 간발의 차이로 신기록이 작성되는 장거리 육상으로 생각하면 될 거 같다”며 “미래에는 지금보다야 늘어나겠지만 150세까지 살기 위해선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노벨상 석학들과의 대화에는 전국에서 신청한 과학자와 학생 등 1,300여명이 참가했다. 무료 온라인 참가신청이 3주 만에 마감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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