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사진=KOVO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프로배구연맹(KOVO)의 한 관계자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번 V리그는 여느 때보다 팀 전력이 평준화됐다. 아마 시즌 판도 예측이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남자부 7개팀들이 4경기씩 치른 현 시점에서 아직까지 절대강자도, 약자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예측을 뒤집는 승부가 속출하며 리그 판도는 백중세로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배구판 춘추전국시대’다. 현재 단독 선두 KB손해보험(3승 1패)와 최하위 우리카드(1승3패) 사이로 5개 팀이 2승 2패로 묶여있는 박빙 구도다. 1위와 6위(현대캐피탈)의 승점 차는 불과 2점이다. 한 관계자는 “팬들로서는 배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력 평준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의 전력 손실이 꼽힌다. 현대캐피탈은 2승2패(승점 6)를 기록했음에도 세트득실률에서 밀려 6위에 처져 있다. 시즌 전 악재가 많았다. 센터 포지션에서 굳건히 버텨주던 최민호(29)를 군 입대로 떠나 보냈고 개막 직전에는 외국인선수 바로티(26)가 발목 부상으로 안드레아스(28)로 교체되면서 단 1주일간 호흡을 맞춘 뒤 시즌을 치러야 했다. 최태웅(41)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난 26일 한국전력에 0-3 완패를 당한 뒤 “우리 팀만 작년보다 약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정규시즌 우승팀 대한항공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개막 후 4승 1패를 기록하며 초반부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올해는 개막전에서부터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28일에는 KB손해보험에 0-3으로 완패했다.
KB손해보험 스타즈/사진=KOVO 제공
반면 지난 시즌 꼴찌 OK저축은행과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KB손해보험은 눈에 띄는 전력 상승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KB손해보험의 단독 선두 비결로는 막강한 서브가 언급된다. 권순찬(42) 신임 감독은 팀을 재정비하면서 세터 황택의(21)에게 막강한 서브 능력을 장착했다. 황택의는 4경기에서 서브로만 12점을 올렸고 이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현장 관계자들이 “이번 배구는 서브가 화두다”라고 말할 정도로 서브 능력은 현대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됐다. 아울러 경북 구미에서 경기 의정부로 연고지를 옮긴 KB손해보험을 뜨겁게 맞이해준 홈 팬들의 성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OK저축은행도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통째 날린 ‘에이스’ 송명근(24)이 완벽하게 살아났고 송희채(25)도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여기에 김요한(32)까지 팀에 완전히 녹아 든다면 OK저축은행은 상위권을 노려볼 만하다.
한편 세터 유광우(32)라는 천군만마를 얻으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우리카드와 올 시즌 KOVO컵 우승팀 한국전력도 언제 치고 나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비시즌 때 각 팀들이 자유계약선수(FA) 영입과 활발한 트레이드를 통해 약점을 보완하면서 자연스럽게 전력 평준화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이 개막 4연승으로 단독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팀들은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데이 때 IBK기업은행과 함께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한국도로공사는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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