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뮬레이터 가격 낮춰 보급
9년 만에 코스닥 상장 고속성장
필드 골프장 인수까지 나서
#2
동네마다 우후죽순 입점 경쟁 심화
점주들 “제살깎기 부추겨” 반발
작년 말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최근 골프존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함께 골프장 인수에 나서겠다고 선언해 국내에도 일본처럼 체인 골프장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처음 1,140억원을 투자하지만 순차적으로 골프장 인수 때마다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MBK는 올해 초 일본에서 136개 체인 골프장을 운영하는 아코디아골프를 인수하기도 해, 유사한 성공사례가 국내에서도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골프존이 국내 스크린골프장을 석권한 데 이어 필드 골프장마저 휘어잡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대 이상의 성과, 골프존의 성공 신화
한국 골프업계 큰 손으로 성장한 골프존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골프존을 창업한 이는 김영찬(71), 김원일(42) 부자다. 수입차 판매업체 GM코리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삼성전자 시스템 사업부장을 지냈던 김영찬 회장은 노후를 위한 사업으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결심했다. 그래서 떠오른 게 골프, 정보통신, 네트워크서비스 등이었고 이를 합친 개념의 사업을 고민하다 '골프 시뮬레이터'를 구상하게 됐다.
당시에도 골프 시뮬레이터가 있었지만 주로 타구 분석용으로만 사용되던 초고가 기계였다.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 시뮬레이터는 일류 연습장이나 고급호텔 피트니스센터에나 몇 개 비치돼 있었고 제품도 고장이 잦아 인기가 없었다.
기계 가격을 낮추고 정확도를 키우면 사업이 될 듯해 2000년 5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작은 사무실을 낸 것이 지금 골프존의 시초다. 직원 5명으로 시작했고, 큰 성공을 꿈꾸지도 않았다. 전국의 골프연습장들이 1, 2대 정도 연습 기계를 사주면 4,000~5,000대 정도는 팔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1년 반 정도 고생한 끝에 2002년 첫 제품을 출시했다. 첫해 10억원의 매출은 이듬해 20억원으로 커지기 시작하더니 2005년 50억원, 2006년 120억원을 찍고 2008년 1,000억원을 돌파하며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갔다.
상류층이나 즐기던 골프를 노래방처럼 일상의 여가로 끌고 내려온 게 적중했고 박세리 선수 등 LPGA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가 급증해 골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대 상황하고도 잘 맞았다. 대한민국의 골프 문화는 골프존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골프존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골프존은 2011년 코스닥에 상장하게 되고 공동 창업자인 부자는 떼돈을 거머쥐었다.
점주들의 반발 ‘갑질 논란’에 갈등 커져
너무 빠르게 성공한 것이 독이 된 것일까. 골프존의 매출이 커지면서 골프존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졌다. 당시 골프존은 가맹점 사업을 하지 않고 기기와 솔루션을 팔아 수익을 내왔다. 가맹점이 아니다 보니 골프존 기기를 사 간 점주들의 영업방식에 개입할 수 없었다.
동네마다 우후죽순 골프존이 들어섰다. 한 건물 같은 층에 2개의 골프존이 문을 열기도 했다. 제 살 깎기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된 점주들은 골프존을 상대로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골프존서울타워와 대전 골프존조이마루 안팎에서는 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골프존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점주들은 “골프존이 가맹사업이 아니라 기계만 파는 거라며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면서, 기계를 과도하게 팔아 점주들만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더욱 커지자 국회의 을지로위원회 등이 나섰고 이들의 중재로 골프존은 2014년 4월부터 1년간 골프 시뮬레이터 신규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골프존이 프로젝터 2, 3개를 지정해 시스템 판매 시 묶음 상품으로 끼워 파는 등 거래강제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49억원 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골프존을 검찰에 고발했다. 2년여 걸친 공방 끝 골프존은 법원과 검찰로부터 ‘승소’ 및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법적인 책임에선 벗어났지만 오랜 갈등 과정에서 회사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유사 가맹점이란 비난을 벗기 위해 골프존은 2016년 8월 기존 사업을 아예 가맹사업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투비전’이라는 새로운 시뮬레이터를 사용하는 ‘골프존파크’ 가맹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가맹점이 아니면 투비전을 팔지 않았고, 이전의 일반형 모델은 단종시켰다. 현재 골프존파크엔 700여 곳이 가입했다.
그렇다고 골프존의 갈등이 사라지진 않았다. 점주들은 “골프존이 겉으론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뒤로는 중고판매를 부추겨 시장과밀화가 더 심각해졌다”며 계속 골프존을 압박했다. 지난해 10월 김영찬 회장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 나가 의원들로부터 갑질 논란에 대한 호된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지난 18일엔 국감 대신 국회 정무위원회 주최 ‘골프존 상생 협력을 위한 간담회’가 개최됐다. 간담회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참석해 점주들의 고충을 전해 들으며 해묵은 골프존 논란을 어떻게 풀지 해법 찾기에 나섰다.
최대 주주의 지속적인 지분 매각
골프존은 2015년 골프존유원홀딩스(현 골프존뉴딘)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부자가 공동 창업한 골프존 최대 주주는 김영찬 회장이 아니라 아들 김원일 전 대표다. 2015년 지주사 전환으로 김 회장은 골프존뉴딘의 지분 10.65%를, 김원일 전 대표는 55.82%의 지분을 갖게 됐다. 공동대표를 맡았던 김 전 대표는 2013년 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는 최대주주임에도 현재 골프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경영컨설팅 업체인 원앤파트너스 등 개인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찬 회장도 지난해 말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이유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사이 김 전 대표의 골프존뉴딘 지분은 55.82%에서 현재 41.81%까지 떨어져 있다. 그가 지속해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50만~200만주씩 여러 차례 주식을 내다팔아 500억원 가량을 현금화한 것이다. 골프존 관계자는 “김 전 대표의 지분매각은 개인적인 일이라 그 배경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김 전 대표의 지속적인 지분 매각에 대해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지분이 많이 늘어나 경영권 지배를 위한 최소한의 주식을 제외하고 잔여 지분을 팔아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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