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직할시 당 조직도 ‘시자쥔’이 장악
2인자 리커창 총리도 시진핑에 보고 의무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중앙과 지방의 요직을 ‘시자쥔(習家軍: 시진핑 측근세력)’이 속속 꿰차기 시작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상무위원들을 포함한 모든 중앙정치국 위원들의 시 주석에 대한 서면보고도 의무화함으로써 시진핑 2기는 그야말로 ‘시진핑 1인 천하’가 될 전망이다.
29일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자오러지(趙樂際)의 상무위원 승진으로 공석이 된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장에 시 주석의 칭화대 동창이자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천시(陳希) 중앙조직부 부부장이 임명됐다. 중앙조직부장은 당의 인사와 조직 관리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다. 170만 중국 공안을 관장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안부장에는 자오커즈(趙克志) 허베이성 서기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상무위원에 오른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시 주석의 저장성 서기 시절 2년간 비서장을 지내 시자쥔의 핵심으로 꼽히는 리창(李强) 장쑤성 서기도 상무위원에 오른 한정(韓正)의 뒤를 이어 상하이시 서기에 임명됐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후계자로도 거론되는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를 비롯해 베이징ㆍ상하이ㆍ톈진ㆍ충칭 등 4대 직할시의 당 조직은 모두 시자쥔이 장악하게 됐다. 특히 상하이는 경제수도이면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정치적 근거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쑤성 후임 서기를 맡게 된 러우친젠(婁勤儉) 산시성 서기와 푸젠성 수장에 올라선 위웨이궈(于偉國) 서기도 시자쥔의 일원이다. 부총리 내정설이 나오고 있는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의 후임으로 임명된 리시(李希) 랴오닝성 서기도 시 주석 집권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시 주석의 파워가 더욱 커지면서 경쟁자로 꼽혀온 리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제19기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27일 첫 회의에서 정치국원 전원이 당 총서기에게 매년 서면으로 업무보고를 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시 주석과 2인자인 리 총리가 상하관계에 있음을 공식화한 조치다.
국무원 인사조정에 따라 부총리단에 시 주석 측근들이 대거 진입하게 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에 따르면 한정 상무위원이 상무부총리를 맡고 후춘화 전 광둥성 서기와 쑨춘란(孫春蘭) 중앙통전부장,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 등이 부총리에 선임될 예정이다. 특히 시 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 주임은 공급측 개혁을 주도하며 리 총리를 견제해온 당사자여서 리 총리의 경제정책 주도권 상실이 가시화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19차 당대회의 폐막과 함께 시자쥔이 중앙정부와 중요 지방의 수장으로 속속 임명되고 있다”면서 “시 주석의 측근이 핵심요직 곳곳에 포진하면서 그의 권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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