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2기 출범을 전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로 경색됐던 한중관계의 해빙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9일 노영민 주중대사를 찾아가 양국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밝혀 주목된다.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시 주석의 1인 체제가 사실상 구축되면서 사드 보복 분위기를 완화해 한중간 새로운 관계 모색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이 먼저 우리측에 손을 내밀고 변화의 시그널을 비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 대사는 이날 베이징 공인(工人)운동장에서 중국 외교부 주최로 100여개국이 참가해 열린 국제바자회에서 부임 후 처음으로 왕 부장을 만났다. 특히 이번 만남은 왕 부장이 한국 부스를 직접 찾아와 이뤄졌다. 노 대사가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자 왕 부장은 “사진을 통해 봤는데 만나서 반갑고 부임을 환영한다”면서 “양국 우호에 대한 노 대사의 생각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노 대사가 양국관계 우호 형성에 다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노 대사의 부임 이후 양국관계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추후 재회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외교부장이 매년 국제바자회 개막식 이후 각 국가의 부스를 돌며 행사 참석에 감사를 표시하는 게 관례인데 올해는 유독 한국 부스에서 노 대사와 오랜 시간을 대화했다”면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당대회도 끝났고 새 대사도 온 만큼 중국 정부도 양국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오늘 기회를 통해 그런 의중을 내비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는 이번 바자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왕 부장도 북한측 부스에는 들르지 않았다.
왕 부장은 노 대사와 만난 뒤 바자회에 참석한 한국 업체 부스 3곳을 모두 둘러보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왕 부장은 한국 마스크팩 업체에선 직접 사진을 찍기도 하는 등 예전과 달리 친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매년 10월 말 열리는 국제바자회는 중국 빈곤지역을 돕기 위한 행사로 각국 외교단과 중국 외교부 고위 인사가 참석한다.
한편, 지난 28일 베이징 한국국제학교에서 열린 한중 우호 상품문화 교류 바자회에는 중국인들도 대거 참여하는 등 6,000명 이상이 운집해 대성황을 이뤘다. 또 중국의 주요 여행사 웹사이트에서 한국 여행상품 검색이 가능해졌고, 춘추항공 등 중국 저가항공사들이 닝보(寧波)~제주 구간 등 한국행 노선의 운항을 이달 중 재개하거나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 양국 관계의 훈풍이 감지되고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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