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임기영/사진=KI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가을 야구 '초보'가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다. KIA 임기영(24)이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경기에서 선발승을 따냈다. 임기영을 앞세운 KIA는 5-1로 두산을 꺾고 시리즈 전적을 3승1패로 만들었다. 1차전 패배 뒤 3연승을 달린 KIA는 8년 만이자 통산 11번째 우승까지는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임기영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S 4차전에 선발로 나섰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를 향한 시선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커 보였다. 경기 전 김기태(48) KIA 감독은 "임기영이 잘 던져주면 좋겠지만, 점수가 많이 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두산의 한 타자는 "임기영은 경험이 많이 없는 투수다. 혼자 부담을 갖고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겁 없는 초보 임기영의 배짱투는 '가을 베테랑' 두산 방망이를 압도했다. 임기영은 4차전 선발이 확정된 뒤 "내 야구 인생 첫 결승전이다. 중·고교(경운중-경북고) 때도 결승전에 올라 본 적이 없다"며 "한국시리즈에서 던져보고 싶었다. 재미있을 것 같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그리고 자신의 '첫 결승전' 무대를 스스로 멋지게 장식했다.
임기영은 이날 두산을 상대로 5⅔이닝 동안 6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6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볼넷은 하나도 내주지 않으며 투구수는 81개를 기록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32개)를 가장 많이 던지면서 직구(29개), 슬라이더(12개), 커브(5개), 투심(3개)를 고루 섞었다.
위기 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2-0으로 앞선 1회말 2사 2루에서 상대 4번 타자 김재환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1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3회 1사 후에는 민병헌과 오재원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박건우를 삼진으로 처리한 뒤 김재환을 2루수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그는 2-0으로 앞선 6회말 2사 후 오재일을 안타에 이은 우익수 실책으로 2루에 내보낸 뒤 심동섭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임기영을 향해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특급 유망주의 가치는 KS에서도 굳건했다. 2012년 2라운드 18순위로 한화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14년 말 FA(프리 에이전트) 투수 송은범의 보상 선수로 KIA에 지명됐다. 하지만 곧바로 상무에 입대했고, 지난해 9월 제대했다. KIA에서 보내는 사실상 첫 시즌인 올해 그는 8승6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하면서 마운드의 한 축으로 자리했다. 이제는 KS까지 접수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더욱 확고하게 다졌다.
KIA 타자들은 1회부터 김주찬(36)의 2루타와 버나디나(33)의 3루타에 최형우(34)의 내야안타까지 연달아 터지면서 2점을 먼저 뽑아내 임기영을 지원했다. 2-0으로 앞선 7회에는 2사 1·2루에서 상대 유격수 김재호(32)의 실책을 틈 타 2루 주자 고장혁(27)이 홈을 밟아 추가점을 냈고, 계속된 2사 1·3루에서는 버나디나의 1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4-0으로 달아났다. 두산은 8회 2사 1·2루에서 에반스의 1타점 적시타로 1-4로 따라 붙었지만 추가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고개를 떨궜다.
임기영은 4차전 데일리 MVP까지 차지해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KS 첫 등판이지만 긴장되지 않고 재미 있었다. 분위기 자체도 재미 있었고, 포수 (김)민식이 형이 리드를 잘 해주고 편안하게 해줘 더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두산을 상대로 프로 데뷔 첫 승과 첫 선발승을 기록했기 때문에 오늘도 더 편안한 마음으로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반면 두산은 선발 유희관(31)이 6⅓이닝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이 9안타를 때리고도 1점을 얻는 데 그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잠실=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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