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ㆍ독립을 주장하는 카탈루냐주에 결국 ‘자치권 박탈’이란 ‘핵 옵션’을 꺼내 든 스페인 정부의 다음 선택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일단 12월 21일 조기 총선 카드를 내세워 카탈루냐 사태를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구상이나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은 독립 여론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정국 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카탈루냐 직접 통치의 근거가 된 ‘헌법 155조’의 위력은 상당하다. 중앙정부가 자치정부 해산과 경찰력 장악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막강한 법적 권한을 무기로 카탈루냐 독립운동을 주도한 시민단체 지도자 2명을 보석 없이 구속하고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도 일사천리로 해임할 수 있었다.
라호이 정부가 조기 총선 전 50여일 동안 합법적으로 카탈루냐를 압박할 카드는 얼마든지 많다. 푸지데몬 수반과 독립에 찬성표를 던진 자치의회 의원 70명을 체포ㆍ기소해 반역 혐의로 최대 30년형에 처할 수 있다. 또 자치경찰을 대신해 중앙경찰(과르디아 시빌)과 군을 동원, 반정부 시위를 무력 진압하고 독립에 우호적인 언론 매체를 통제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그러나 야당인 사회당은 물론, 집권 국민당 내에서도 이런 강경 일변도 대응책에 부정적 입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사법처리를 강행하면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피해자 이미지가 부각돼 오히려 폭력 시위를 자극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우호 여론도 급격히 돌아설지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강경책은 조기 총선의 의미를 퇴색시킬 가능성이 크다. 해당 선거에는 카탈루냐 자치권력의 판을 새로 짜는 것 못지않게 중앙정부 주도로 분리ㆍ독립에 관한 현지 주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 독립 지도부의 손발을 묶고 투표를 밀어붙일 경우 엉뚱하게 공정성 시비로 불똥이 튈 수 있는 셈이다. 스페인 정부가 28일(현지시간) “푸지데몬 수반의 총선 출마를 환영한다”며 유화적 입장을 내비친 것도 이런 후폭풍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카탈루냐 여론은 무작정 독립을 지지하지 않지만 대다수가 자치권만큼은 유지하기를 원한다”며 “스페인 정부가 ‘특별한 힘’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바스크, 갈리시아 등 분리 움직임이 강한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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