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 광화문ㆍ여의도 집회
“지난 1년 내가 나라의 주인 느껴
촛불은 완성 아니라 시작일 뿐”
참가자들 적극적 개혁 추진 요구
서울역 등선 ‘태극기집회’ 맞불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다시 한 번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였다. 이들은 ‘적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거나 ‘촛불은 계속돼야 한다’는 등의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촛불항쟁 1주년 대회’가 열린 28일 오후 6시. 시민들은 1년 전 뜨거운 함성이 가득했던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다시 찾았다. 그 때처럼 한 손에 촛불을 들고, 또 한 손에는 자신들 염원이 담긴 피켓이 들여 있었다. 다만 구호는 조금 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구속, 세월호 조속 인양 등이 당시 목소리였다면, 이번엔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적폐 정산을 중단 없이 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했다. 대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정강자 공동대표는 “촛불로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는 촛불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시민들의 참여 역시 이 같은 인식이 공유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퇴진행동 측은 이날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이 6만명 정도라고 추산했다.
실제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난 1년간 겪어 온 ‘촛불의 힘’으로 “내가 나라의 진짜 주인이란 걸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여기에 멈추지 말고 적폐 청산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부 정현옥(58)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잘 하곤 있지만 사회 각 분야 목소리를 더 귀담아 듣고 적극적인 개혁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영업자 최대포(60)씨 역시 “과거에 잘못을 하고도 제대로 처벌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도 철저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퇴진행동 측은 사전 공언대로 대회를 마친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지 않았으며, 경찰 역시 차벽을 동원하지 않는 등 집회 참가자들과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고 교통과 안전 관리에 역점을 뒀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등 일부 단체가 촛불집회를 마친 9시쯤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하기도 했지만, 경찰과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여의도에선 퇴진행동과 다른 방식의 1주년 기념행사를 열겠다는 시민 1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촛불 파티 2017’ 행사를 가졌다. 시민·노동단체 회원이 많았던 광화문과 달리 이 곳에는 20,30대 청년과 가족단위 시민들이 다수였다. 31일 핼러윈을 맞아 마법사, 공룡, 죄수, 만화 캐릭터 등 개성 넘치는 복장으로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적폐대상), 최순실(적폐신인상)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적폐시상식’ 퍼포먼스를 가지기도 했다. 촛불파티 기획에 참여한 자영업자 이기화씨는 “이제는 청와대가 아닌 여의도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특히 현 정부 개혁 시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보수 야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단체 회원들도 이날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과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 단체들은 각각 서울역 광장(경찰추산 약 500명)과 덕수궁 대한문 앞(약 1,000명)에서 ‘태극기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 “박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외쳤다. 경찰 측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광화문 인근에 23개 중대, 여의도에 6개 중대 경력을 배치했고, 다행히 별다른 충돌 없이 모든 집회들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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