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우희의 계단식 성장은 눈부시다. 차분하게 조연부터 시작해 스스로 실력을 입증하며 올라선 그는 tvN 드라마 '아르곤'을 통해 배우로서의 파워를 한 번 더 입증했다.
첫 드라마 도전이었지만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준 천우희는 사회부 기자라는 캐릭터를 입고 활약했다. 대선배 김주혁과 손발을 맞춰 '아르곤'의 한 축을 이끈 그는 첫 드라마 도전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Q. 첫 드라마 입성이 성공적이었다. 작품성과 연기, 모두 호평을 받았다.
"뿌듯함이 있어요. 선택을 잘 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주변에서 드라마를 한다고 했을 때 우려가 컸거든요. 영화 쪽에서는 왜 굳이 드라마를 하냐고, 욕 안 먹는 사람 못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드라마가 논란이 되거나 시청률이 저조하면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오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어요. 근데 '아르곤'은 정말 쪽대본도 없고 힘든 상황이 없었죠. 다행이다 싶더라고요."
Q. 계약직 기자를 연기했다. 불안한 노동 환경이 배우와 닮았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많이 다른 직군이기도 하다.
"드라마라는 게 판타지가 있지만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이야기기도 하잖아요. 이연화라는 인물이 처한 현실이 기자라서가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비슷한 처지인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친구들도 감정이입이 잘 될 만큼 비슷한 상황이 많다고 공감하더라고요. 저한테도 이연화가 처한 현실이 특수한 상황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어요."
Q. 배우 역시 불안함이 늘 따라다닌다. 신인 때는 그런 마음이 더 컸을 것 같다.
"제 성격상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어서 불안함을 느끼거나 하진 않았던 편이에요. 말도 안 되게 나는 잘 될 것 같다고 늘 생각을 했었거든요. 아직 때가 안 왔구나 하면서 기다렸던 것 같아요."
Q. 뉴스를 다루는 기자를 연기했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뉴스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가짜 뉴스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예전에는 가짜뉴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만큼 인지도가 없었으니까. 하하. 드라마를 찍기 전에 캐스팅 기사들이 뜨면서 물망에 올랐던 작품이 기사화되니까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제가 어디 가서 억울하다,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런 경험은 처음 해봤어요."
Q. 한동안은 불량소녀 역할을 주로 했는데.
"데뷔 때 독립영화도 그랬고 '써니'서도 그랬고 불량소녀 캐릭터를 여러 번 보여드렸어요. 시작이 그러니까 아무래도 비슷한 캐릭터로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어요. 신인 때에도 대찼다고 생각이 드는데 오디션이 있어도 캐릭터에 성에 차지 않으면 보지 않았어요. 제 능력을 다 발휘하기 어렵다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써니' 이후에는 한참 공백이 있었고 그때 슬럼프가 왔던 거 같아요. 그때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 도움이 됐죠."
Q. 그동안의 작품을 보면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 많았다. 의도적 선택이었는지.
"사회적인 이야기나 종교,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거에 대해서는 공인으로서 조심스러워요. 성격 자체가 누군가에게 강요하거나 주장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요. 말로 못 해서 작품으로 선택하는 건가 싶기도 해요. 연기나 작품으로 그런 메시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이롭지 않거나 도덕적이지 못한 것, 윤리적이지 않은 건 좋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지적하려고는 하지 않아요."
Q. 드라마와 영화는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었나.
"파급력이 즉각적이더라고요. '써니'로 많이 사랑받았지만 저를 보고 천우희라는 건 잘 모르시더라고요. 그냥 '써니' 나온 사람으로 이야기하는데 드라마를 찍고 나니까 바로 천우희라고 알아보더라고요. 파급력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Q.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을 것 같다.
"김주혁 선배님이 이건 드라마도 아니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정말 편하게 했다고 하셨어요.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찍은 거 같아요. 드라마를 또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이번에는 로맨스가 멜로, 로코같은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명희숙 기자 aud6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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