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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탈북자 북송 책임자도 '인권유린 제재' 대상에

입력
2017.10.27 21:5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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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북송 협력 中정부도 압박

노동자 해외송출 기관도 적시

北, 월선한 南어선 해경에 인계

스티브 므누신(왼쪽) 미 재무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7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스티브 므누신(왼쪽) 미 재무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7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26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유린 제재 대상에 탈북자 강제 북송을 책임진 중국 주재 북한 외교관을 포함시켰다. 탈북자 강제북송 실무 책임자를 인권 제재 리스트에 올린 것은 처음으로, 탈북자를 단속하며 강제 북송에 협력하는 중국 정부까지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대북 제재 동참을 두고 중국을 압박하는 또 하나의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 인권 유린 실태와 관련한 3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고,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를 토대로 개인 7명과 제재 대상으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시행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른 3차 인권 제재로서, 1차 때 제재 대상에 오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개인 29명, 기관 13곳으로 늘어났다.

신규 제재 대상에는 정영수 노동상과 조경철 인민군 보위국장을 비롯해 신영일 보위국 부국장, 리태철 인민보안부 제1부부장, 구승섭 주선양총영사, 김민철 주베트남대사관 서기관, 김강진 대외건설지도국 국장이 포함됐다. 제재 기관은 인민군 보위국, 대외건설지도국, 철현건설 등 3곳이다. 미국은 이미 1, 2차 제재를 통해 강제노동, 정치수용소 운영, 고문, 재판 없는 처형, 납치, 표현의 자유 억압 등 인권 유린의 책임으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을 비롯해 국방위원회, 국가보위부, 정찰총국, 인민보안부 등 북한 지도층과 핵심 권력 기구를 제재 대상에서 올린 바 있다. 정영수 노동상과 조경철 보위국장, 리태철 부부장 등은 이 같은 책임 연장선에서 리스트에 올랐다.

3차 제재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망명 시도자를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한 책임으로 구승섭 주선양총영사와 김민철 주베트남대사관 서기관을 지목한 대목이다. 북한은 대량 탈북 사태를 막기 위해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필사적이며, 중국 당국 역시 북한 정권 붕괴 우려로 탈북자 단속과 송환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왔다. 하지만 유엔 인권이사회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이 중국 측에 탈북자의 강제 북송 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왔고, 미 의회도 최근 탈북민 송환에 연루된 중국 부처와 개인을 제재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국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중국 주재 강제 송환 책임 외교관을 인권 제재 리스트에 올림으로써 향후 중국 정부의 책임까지 거론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콧 버스비 국무부 부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지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재 리스트에는 또 노동자 해외 송출을 담당하는 구체적 기관도 적시됐다. 제재 기관에 오른 대외건설지도국은 북한 노동자들을 해외로 보내는 건설회사들을 관장하는 정부조직이고, 철현건설은 북한 노동자들을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로 수출하는 업체다. 철현건설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대략 한달에 800~1,000달러를 받아 40%는 북한정부 계좌로, 20%는 현지 업체 감독관에게, 10%는 숙박비로 빼앗겨 개인 수중에는 고작 165~200달러가 떨어진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과의 거래가 금지돼 미국과 거래가 없는 북한 개인이나 기관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없다. 하지만 노동자 송출 업체가 활동하는 제3의 국가에는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해당 국가에서 북한 의 노동자 송출 업체를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북한의 돈줄을 막겠다는 의도다. 버스비 부차관보는 미국의 소리 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보고서의 특징은 해외 노동과 강제 북송에 책임 있는 개인과 기관을 겨냥하는 것이다”며 “인권 유린을 자행한 북한 당국자들은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1일 동해상 북측 수역을 침범한 우리 어선 ‘391흥진호’와 선원을 남측으로 돌려보내겠다고 27일 밝혔고, 이날 오후 6시 40분 해경에 인계했다. 391흥진호는 약 3시간 40분에 걸쳐 자력 항해 끝에 이날 오후 10시 16분쯤 속초항에 무사히 입항했다. 북한이 월선한 우리 측 어선을 송환한 전례가 없지는 않으나 높아져가는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반박하려는 대응으로 해석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사 결과 남측 어선과 선원들이 물고기잡이를 위해 우리측 수역을 의도적으로 침범하였다는 것이 판명됐다”며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그들을 배와 함께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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