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을 심판한 촛불혁명이 어느새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10월 29일 시작해 올해 4월 29일까지 스물 세 차례나 타오른 촛불은 부패하고 무능한 지도자를 시민의 힘으로 파면한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였다. 누적인원 1,700만 명이 참가했으나 평화와 비폭력 정신을 끝까지 지켜 세계의 찬사를 받은 것 또한 자랑할 만하다.
촛불혁명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28일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이들과 생각이 조금 다른 또 다른 촛불집회 주역들은 여의도에서 행사를 연다. 기념 행사가 나뉘어 개최된들 광화문과 여의도의 촛불 정신이 다를 수 없다. ‘촛불은 계속된다’는 이름의 광화문 행사는 촛불 정신과 민주주의를 되새기고 적폐 청산과 사회개혁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한다. ‘촛불파티’라는 이름의 여의도 행사 또한 자유한국당 당사로의 행진 등을 통해 적폐 청산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적폐를 일소하고 사회를 개혁하라는 촛불의 명령은 이렇듯 분명하게 제시돼 있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적폐 사례는 하나하나가 입을 다물기 어려울 정도로 놀랍다. 특히 국정원은 과거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운영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등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를 무작정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 눈에 너무 어설프다. 적폐 청산에 언제까지나 매달릴 수 없고 서둘러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하지만, 눈앞의 명백한 잘못을 적당히 덮고 가서야 새로이 폐단을 쌓는 일이다.
촛불의 또 다른 명령인 사회개혁은 국회의 벽에 가로막혀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퇴진행동이 제시한 100대 촛불개혁과제 가운데 69개는 국회 입법 등으로 해결해야 하는데도 아직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니 국회의 태만이 두드러진다. 특히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지명 과정 등에서 지나친 억지를 부리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이유로 국감을 보이콧한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크다. /정치권이 하루 빨리 미몽에서 깨어나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한 국민적 개혁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나라다운 나라, 구성원이 보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촛불의 명령은 아직 그대로다. 그런 과제가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따라서 촛불 혁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촛불 혁명 1주년을 맞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국민적 다짐을 거듭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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