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에 사는 회사원 임모(27)씨는 최근 인터넷만화(웹툰)를 무료 감상할 수 있는 불법 웹툰 복제 사이트에서 낭패를 봤다. 이 사이트에 걸린 사설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 접속, 현금 100만원을 베팅하면서 승리한 팀을 맞췄지만 손해만 봤기 때문이다. 게임이 끝나고 해당 사이트가 폐쇄되면서 배당금은 고사하고 베팅 원금마저 날렸다. 그는 “사설 스포츠 토토 사이트 자체가 불법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배당금을 진짜 못 받을 줄은 몰랐다”며 “불법 사설 토토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불법 웹툰 복제 사이트에서 사설 스포츠 토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행법상 불법인 사설 스포츠 토토가 또 다른 불법 웹툰 사이트에 기생하면서 네티즌들의 사행성을 부추기고 있다.
27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적발된 사설 스포츠 토토 사이트는 9,968건에서 지난해엔 2만2,427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합법적인 사이트에 비해 높은 배당률과 무제한 베팅을 내세운 사설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 네티즌들이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사설 스포츠 토토 업체에서 근무한 김모(32)씨는 “불법인 업체를 홍보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웹툰 불법 복제사이트”라며 “웹툰 복제 사이트는 광고비를 통해 수익도 올리고 사설 스포츠 토토 업체는 회원까지 모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의 접속자는 하루 평균 10~2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네티즌들이 사설 스포츠 토토 광고에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사설 스포츠 토토의 둥지 역할을 하는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해 정상적인 웹툰 업계로 돌아가는 피해도 상당하다. 웹툰 제작 및 유통 업체인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불법 웹툰 복제 사이트가 증가하면서 저작권 침해로 수 천 억원에서 수조 원의 손실이 추정된다”며 “작가에게 돌아갈 수익이 불법 업체들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웹툰 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불법 사이트의 운영자 처벌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불법 인터넷 사이트들의 서버는 주로 해외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이 쉽지 않다”며 “이용자들이 각별히 주의하는 게 현실적으로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고 전했다. 홍인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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