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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사회적 기업 제품 의무구매?

입력
2017.10.27 16:5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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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책 허점 방치하는 야당 한심

인사ㆍ외교 이어 경제정책도 안갯속

시장 외면한 ‘사회적 경제’ 걱정

얼마 전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적폐청산 칼날이 박근혜 정권을 넘어 이명박 정권까지 겨냥한 사실이 분명해질 즈음이었다. MB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박근혜 때 새누리당 원내총무까지 역임한 그는 현 정권이 MB를 겨냥하는 이유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수를 위한 것이라고 본 것일까. 그는 ‘전임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의 악순환은 안 된다’는 취지의 SNS 글도 썼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이 벌어졌을 당시 정 의원은 정무수석으로서 사건 관련정보를 상세히 파악했을 것이다. 그래서 비극의 원인이 MB보다는 가족 문제에서 비롯했다는 그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진 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 등원 프레임을 정치보복 비판으로 잡은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MB 조사를 노 전 대통령을 위한 보복 맥락에서 비난한 것이나, 자유한국당이 그에 기대 정치보복 프레임을 들고 나선 전략은 전적으로 실패다.

사실 전 정권과 전전 정권을 겨냥한 현 정권의 숙정(肅正) 캠페인이 적폐청산이든 정치보복이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정치보복 악순환이라지만, 어차피 피와 눈물은 권력을 누렸거나 누리는 자들의 몫일 뿐이다. 국민으로선 과거의 잘못이 끊임없이 파헤쳐져 오늘의 권력이 내일의 권력이 무서워 부정을 저지르지 않게 된다면 어쨌든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 의원을 포함한 세칭 보수야당은 이번에도 헛심만 쓰게 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 보수를 형성해 온 가치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이라고 본다. 진보가 추구해 온 정의와 인권이 관념적 가치에 가깝다면, 보수는 현실에 발을 디딘 실질 가치를 지향해 온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수 재건이 절실한 지금, 생각이 있는 보수 정치인이라면 공연한 정치보복 화두에 매달리기보다 진보 정권의 비현실성을 시비해 보수 가치의 의미를 되살려야 했다. 그게 나라 발전에도 유익했다. 하지만 어떤 보수 야당도 아직 보수적 가치의 구심점이 될 만한 행보를 전혀 보여 주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사실 부조리한 현실을 나름대로 지혜롭게 견뎌 온 이 땅의 수많은 보수주의자들의 눈으로 볼 때, 이 정부의 어설프고 불안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교ㆍ안보 상황은 진작에 미궁에 빠져 버렸다. 박근혜 전 정부의 실책이 원죄다. 그래도 민감한 사드 배치 국면에서 전통적 대미 외교의 변화를 추구한 어설픈 진보적 시도는 결국 미ㆍ중ㆍ일 등 주변 3국에 대한 우리의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를 거의 소진해 버리는 파국을 초래했다. 외교가에서 ‘코리아 패싱(한국 무시)’이란 말이 나돈 배경이기도 하다.

남북관계 또한 공허했다. 우리가 애써 평화를 얘기하면 저쪽도 결국 호응할 것이라는 ‘우리민족끼리’식 단순한 상황 인식은 현 정부 외교 안보라인의 한심한 수준을 웅변했다. 외교 원로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외교 문외한 일색인 신임 4강 대사를 두고 “4강 대사는 아무나 하나”라며 개탄하는데, 문 대통령은 “지금은 국정철학을 대변하고 정치적 기준도 갖춘 분들이 필요하다”며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외교 기조 변화를 고집하는 게 이 정부다.

더 불안한 건 사방에서 우리 경제의 기본을 뒤흔들고 있는 실험적인 진보 정책들이다. 양극화 바로잡는 걸 시비하자는 게 아니다. 그걸 넘는 섣부른 시도가 남발되는 게 문제다. 세계 최초로 시도된다는 ‘소득주도 성장’도 미덥지 않거니와, 최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에서는 사회적 기업 제품 의무 구매 방안 같은 반(反)시장 정책까지 버젓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지자체 정도라면 모른다. 또 투자나 보조금 등을 통한 지원까지도 용납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품질과 가격, 시장경제의 기본을 무시하는 공공 구매정책을 확대하는 선까지 나아가겠다면 큰 일이다. 이런 문제조차 철저히 따지지 못한다면 보수 야당은 어떻게 다시 서겠다는 것인가.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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