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인 '배그'를 해보기 위해 정말 오랜만에 PC방을 방문한 당신. 그런데 PC방의 모습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 요즘 PC방은 일단 규모가 크고 칙칙하지 않다. 이전에는 PC 20대~30대 규모의 소형 PC방이 많았다면 최근 새로 생기는 PC방들은 100대~200대 규모가 흔하다. 심지어 300~400대 규모의 초대형 PC방도 있다.
이용 요금을 계산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PC방이 처음 생기던 90년대 중후반에는 카운터에 있는 사람이 장부에 방문객의 출입 시간을 적었다. 이 출입 시간을 근거로 이용요금을 산정했다. 하지만, 요즘은 무인 정산기에서 이용자의 ID에 선불로 이용시간을 충전하는 방식이 대세다. 카운터에 쭈뼛거리며 말할 필요도 없다. 선불이기 때문에 이른바 ‘먹튀’가 카운터의 눈을 피해 후다닥 도망가는 해프닝도 이제 추억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매일 와본 사람인 척, 이용시간 충전까지 성공한 당신. 이제 아무 곳이나 빈자리에 앉아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면 되는 걸까?
▲ 왼쪽부터 순서대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리그오브레전드
위 질문에 대한 정답은 ‘NO’다. 요즘 대형 PC방은 이용자들이 주로 즐기는 게임들에 맞춰 몇 가지 사양의 PC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하려는 게임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좌석이 있고, 반대로 궁합이 안 좋은 좌석도 있다.
이왕 PC방에 와서 게임을 즐기는데, 맨날 패배해서 상대방만 즐겁게 해주면 안 되지 않겠는가? 가장 궁합 좋은 자리에 앉아 쾌적한 상태에서 마음껏 실력을 뽐내보자. 지금부터 자리 고르는 비법을 전수한다.
내가 하려는 게임, 어떤 자리에 앉아야 할까?
▶ 자리에 따라 사양 달라… 착석 전 PC 사양 확인 필수
▲ PC방 직원에게 물어봐도 알바생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PC방 내 모든 PC 사양이 동일하지는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00~200대 수준의 대형 PC방을 꾸미려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든다. 특히 지속적으로 부품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PC방 특성상 모든 PC를 최고 사양으로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PC방 대부분이 인기 게임 몇 종류에 맞춰 PC 사양을 몇 단계로 구분해 운영하곤 한다.
그래서 이용자의 입장에서도 내가 하려는 게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를 잡아야 한다. 사양과 위치, 주변기기의 세팅을 잘 살펴야 한다. 우선 그 자리의 사양부터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세 FPS ‘배틀그라운드’ : 고사양~최고사양 (풀옵션 기준)
▲ 서울 양천구 목동 DPG존, 지도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구역이 풀옵션 가능한 최고사양 존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최근 PC방 인기 게임 중 가장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어서 배틀그라운드를 체험하고 싶다면 먼저 최고사양의 자리를 찾아내야 한다.
만약 풀 옵션으로 게임하고 싶다면 엔비디아 지포스 최상위 모델인 GTX1080~1080Ti 수준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예시 그림에서 분홍색 자리와 맨 오른쪽의 GTX 1080TI ZONE이 이에 해당한다. GTX1080~1080Ti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 탓에 PC방에서는 보기 힘들 수 있다. 그럴땐 차선으로 GTX1070이나 GTX1060 자리를 선택하도록 하자.
▲ 요즘 가장 핫한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드’, 사양이 높기로 유명하다
추가로 PC 본체 CPU도 높은 것을 고르면 좋다. 4코어 8스레드에 최대 4.5GHz로 동작하는 인텔 코어 i7 7700K는 배틀그라운드 프레임을 최대로 끌어낼 만한 CPU다. 램(RAM)도 DDR4 16GB는 갖춰져 있는 것이 좋다. 위의 DPG존은 전 좌석 16GB RAM이어서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다.
PC 사양은 최고급 사양을 요구하지만, 모니터에서는 타협의 여지가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은폐 엄폐와 위치 선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투는 템포가 다소 느리다. 그래서 주사율 144Hz, 응답속도 1ms 같은 고사양 모니터의 필요성이 그리 높지 않다.
게다가 게임의 요구사양이 높아서 프레임 수를 초당 100프레임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어려우므로 144Hz의 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멀리 있는 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대화면 모니터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또 한 가지 꼭 확인해야 하는 점은 아직 배틀그라운드가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정식으로 국내에 서비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는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을 통해 개인이 구매해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PC방의 경우 일부 자리에는 배틀그라운드 설치가 돼 있지 않을 확률도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스팀설치 → 게임 설치에 30분가량 소요되므로 만약 무설치 자리라면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 있다. 필히 게임 설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오버워치’ : 144hz 모니터를 찾아라
▲ 중~고사양 본체 + 144hz 모니터가 오버워치에 가장 최적화한 자리다
오버워치는 배틀그라운드보다 한 단계 낮은 사양으로도 풀 옵션의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CPU는 i5 이상이면 적당하고,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1060급이면 큰 무리가 없다. 위 지도에서는 보라색, 노란색, 하늘색 자리가 무난하다. 물론 이보다 더 사양이 좋은 자리도 괜찮다.
배틀그라운드에 비해 전투가 훨씬 화려하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적의 재빠른 움직임에도 부드럽게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 고 주사율 모니터가 좋다. 가급적 144Hz(또는 그 이상의) 주사율을 지원하는 모니터가 있는 자리에 앉도록 하자.
오버워치는 또 정식 서비스된 지 꽤 된 만큼 친구들과 단체로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함께 즐기기 좋도록 좌석이 길게 연속되는 곳이 좋다.
리그 오브 레전드 : 3~5인 연결 자리 + 기계식 키보드
▲ 리그 오브 레전드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3~5인석을 찾아가자. 기계식 키보드라면 더 좋다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 같은 FPS 게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그래도 지난 몇 년 동안 PC방에 손님을 끌어모아 준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다. 이미 출시된 지 여러해가 지난 데다 애초에 고사양 게임이 아니어서 PC방이라면 어느 좌석이든지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리그 오브 레전드의 꿀재미는 역시 ‘5:5 영혼의 한타’ 다<출처: 라이엇 게임즈, OGN>
모니터나 본체보다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자. 스킬 버튼(키보드)을 정확히 딱딱 누르는 손맛이 좋기 때문에 키보드도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한 자리가 좋다.
한편, 리그 오브 레전드는 집에서도 무료로 할 수 있는 게임인데 굳이 PC방에 오는 이유는 주로 친구들과 함께하기 위함일 터. 3자리~5자리 이상 붙은 지역을 추천한다.
장시간 즐기는 MMORPG : ‘의자’와 위치 선택이 중요
▲DPG존 카운터 바로 앞은 신제품 체험존으로, 사양이 그때그때 달라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다
MMORPG 게임은 특성상 3~4시간 이상 장시간 게임을 즐기는 유저 비율이 높다. 사양도 중요하지만, FPS 게임처럼 찰나의 순간에 생사가 오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여러 사람과 대화하고 함께 게임 속 세계를 이동하는 등 여유롭게 즐기는 경우가 많은 만큼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 그리고 편안한 의자가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또 장시간 게임을 즐기다 보면 간식을 먹는 횟수도 늘게 된다. 빠르게 서빙 받고 자리 정리를 요청할 수 있도록 카운터에서 가까운 자리가 좋다. 카운터에 가까운 자리는 오래, 여러 번 방문하면 PC방 직원들과 친해져 서비스의 수준이 향상된다는 장점도 있다. 화장실과 흡연실이 가까운 자리라면 더 좋다. 도난의 위험이 줄어든다. 카운터, 화장실, 흡연실에 최단거리인 삼위일체 자리를 찾아보자.
의자는 땀이 차지 않는 메쉬 구조에 뒤로 잘 젖혀지고 흔들리지 않는 의자가 좋다. 브랜드 있는 의자에서 게임을 즐기자.
PC 사양 자가 확인법
DPG존의 경우 좌석마다 PC 사양이 표기돼 있어 한눈에 사양을 확인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PC방은 그렇지 않다.
이럴 때는 PC 왼쪽 하단 ‘윈도우’ 로고를 클릭해 설정 아이콘(톱니바퀴 모양)을 클릭한 후, 정보→장치관리자로 들어가 주요 사양을 점검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 CPU, 램 사양만 확인하면 게임에 따른 좌석 선택에 무리가 없다.
장치관리자가 막혀 있다면 실행 → Dxdiag 를 입력해보자. DirectX 진단도구인데, 상세한 시스템 정보를 볼 수 있어서 간편하게 사양을 확인할 수 있다.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에 따른 게임 성적 차이 커
▲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결과를 더 쉽게 얻는다
저렴한 비용으로 장시간 친구들과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는 PC방은 PC 대중화와 스마트폰 보급에도 불구하고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모두의 여가 공간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선뜻 구입하기 힘든 고사양 PC를 단돈 1000원~2000원으로 사용할 수 있고, 또 몇만 원짜리 게임을 구입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PC방의 장점이다.
그러나 비슷한 이용요금에도 불구하고 PC 사양과 환경은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DPG존 처럼 모든 자리가 중~고사양 이상인 PC방은 흔치 않다. 그러므로 기왕 몇 시간씩 즐기는 곳이라면 가급적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의 PC방에서, 가장 적당한 자리에 앉는 것을 추천한다.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알바생은 사양이나 모니터의 주사율처럼 디테일한 정보는 잘 모르기 때문에 적당한 자리는 직접 고를 각오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쉐어하우스 제공 (필자: 다나와) ▶ 원문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