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론스타와 1,700억원대의 법인ㆍ소득세 부과를 놓고 9년간 벌인 세금 전쟁은 지난 24일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5조원대 배상을 놓고 한국 정부와 론스타가 벌이는 건곤일척의 진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6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따르면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소송(ISD)은 지난해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4차 심리 이후 특별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 사건은 외환은행을 샀다 팔아 수조원을 챙기며 ‘먹튀’의 대명사가 된 론스타가 “한국정부의 잘못으로 은행 매각이 늦어져 손해를 입었다”며 낸 소송이다. 2012년 11월 ICSID에 사건이 접수된 뒤 2013년 5월에 중재부(재판부)가 구성됐고, 서면 공방을 거쳐 2015년 5월 이후 1년간 워싱턴과 헤이그에서 네 차례 심리가 열렸다.
최대 쟁점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려다 실패한 과정에 한국 정부의 책임이 있느냐 여부다. 2003년 1조3,834억원에 외환은행을 산 론스타는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376억원에 매각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론스타가 헐값매각,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금융당국이 매각 승인은 사법처리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매각절차는 지연됐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는 “론스타의 불법 행위로 절차가 지연됐을 뿐”이라고 항변해 왔다.
론스타를 대리하는 곳은 미국에서 여섯번째로 큰 로펌인 시들리 오스틴과 한국 법무법인 세종이다. 한국 정부 대리인은 미국 로펌 아놀드 앤 포터와 태평양(한국)이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요구한 금액은 46억7,900만달러다. ICSID의 소송은 한번의 결론으로 모든 심리가 종료되는 단심제(單審制)여서 결론이 나오면 뒤집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ISD에서는 투자자보다 국가가 승소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와 미국 폐기물 업체 SD 마이어스 사이의 분쟁, 에콰도르 정부와 미국 석유회사 옥시덴탈 소송에서는 정부가 패배한 사례도 있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소송의 결론은 이르면 연말, 혹은 내년 중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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