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국공립 추첨 가능하나
사립 유치원은 대부분 ‘보이콧’
“국공립 안되면 또 사립 줄서야…”
부모들 연차 내고 추첨 재연될듯
“처음학교로 추첨에서 떨어지면요? 전업주부인 친구들한테 식사를 대접하면서 같이 인기 사립유치원 현장 추첨 가달라고 사정할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26일 오전 서울 중랑구민회관에서 올해 처음으로 열린 서울시교육청의 ‘처음학교로’ 학부모설명회에 참석한 류모(35)씨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정보검색, 입학신청, 등록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온라인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국ㆍ공립유치원 입학 추첨이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됐지만, 사립유치원은 극소수만 참여키로 하면서 올해도 사립유치원은 밤샘 줄서기 접수, 온 가족 동원 추첨 등의 치열한 전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서울, 충북, 세종에서 시범 시행됐던 처음학교로가 올해 17개 시ㆍ도교육청으로 확대ㆍ시행되지만 유치원 입학 시기마다 마음을 졸이는 학부모들의 걱정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은 처음학교로를 통해 총 3곳의 유치원에 지원할 수 있는데, 사립유치원들이 대부분 시스템 편입 ‘보이콧’을 선언해 여기에서 탈락하면 다시 현장 추첨에 뛰어들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전체 유치원생 70만4,138명 가운데 국ㆍ공립 유치원 취원생은 14만349명 뿐이고 나머지는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학부모들은 매년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좋은 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한 전쟁을 반복한다. 유치원들은 사전 접수를 받고 추첨 당일 학부모들을 현장으로 불러 공을 뽑아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입학 시스템을 운영한다. 현장에 직접 가지 않으면 당첨될 수 없으니 맞벌이 부모들은 연차를 내거나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하는 게 불가피하다. 같은 날 여러 사립유치원에서 동시에 추첨이 이뤄지는 경우 주변 사람들을 총동원해야 한다. 특히 일부 유치원들은 추첨에서 뽑힌 원아가 등록을 포기하는 경우 선착순으로 대기번호를 부여하고 있어 밤샘 노숙 줄서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모(33)씨는 “같은 날 현장 추첨을 진행하는 곳이 많아 부모와 조부모 할 것 없이 직장 연차를 내고 상경까지 하면서 인기 있는 유치원에 줄을 서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교육당국이 이런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처음학교로 본격 시행에 나섰지만, 사립유치원들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서울의 경우 사립유치원(9월 기준 663개)이 공립유치원(211개)보다 3배 이상 많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참여 사립유치원 수가 50곳을 넘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처음학교로에 참여한 서울 지역 사립유치원은 전체 2.5%인 17곳뿐이었다. 이날 설명회에 학부모들이 고작 10여명만 참석하는데 그친 것도 이런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 최대 사립유치원 연합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측은 올해도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굳혔다. 국가에서 예산을 더 지원해주는 국ㆍ공립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원비가 비쌀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되레 사립유치원의 미달사태를 부추길 것이란 주장이다. 최성균 한유총 사무국장은 “3,600여개 회원 유치원 중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참여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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