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강제로 동원됐음에도 전범으로 낙인찍혔던 한국인의 삶을 기억하는 전시회가 오는 30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일본의 한반도 강점기에 포로감시원 등으로 동원됐지만, 광복 후에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보상과 지원을 받지 못한 한국인들이 걸어온 길과 현재를 보여주는 행사다.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구단(九段)생애학습관에서 열리는 ‘외국국적 전(前) BC급 전범ㆍ부조리의 기억전’은 BC급 전범이 옥중에서 보낸 편지와 사진, 재판기록 등 60여 점을 보여주고 구금생활과 일본 정부에 대한 보상 요구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태평양전쟁 때 포로감시원 등으로 투입됐던 조선인 가운데 일본 패전 후 열린 연합군의 재판에서 148명이 ‘전범’이 됐고 23명이 처형됐다. 포로감시원으로 동원됐다가 전범이 된 재일한국인 이학래(92)씨의 경우 11년가량 구금됐다가 1956년 석방됐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이번 전시에선 석방 후 생활고를 겪었던 이씨 등을 지원한 일본인의 활동도 소개된다. 일본의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국인 보상법안을 일본 국회에 제출한 적이 있지만, 현재까지 법적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씨는 “숨진 동료(전쟁 피동원자)들의 명예를 회복, 원통함을 풀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다”며 “이번 전시를 많은 사람이 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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