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KIA 구단주
챔피언스필드 건립에 300억 등
큰 손 투자로 야구단 애착 보여
박정원 두산 구단주
PS 전 경기 관람으로 유명
한 시즌 20회 야구장 찾아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등장에 살짝 묻혔지만 또 한 명 ‘거물급’ 인사의 흔치 않은 야구장 방문이 있었다. KIA 구단의 실질적 오너인 정의선(47) 현대자동차 부회장으로 그가 야구장을 찾은 건 KIA가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한 2009년 잠실 한국시리즈 7차전 이후 8년 만이었다.
‘양궁 사랑’으로 대표되는 정 부회장은 축구(전북 현대)와 야구에도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그룹 사정과 맞물려 야구장 방문 일정을 따로 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은 8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1차전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문 대통령의 시구 소식에 만사를 제쳐두고 야구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 훈훈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누며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 부회장은 2009년 우승 후 축승회에서 “그 동안 야구단에 더욱 많은 지원을 했어야 했는데 앞으로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2군 선수들이 마땅한 훈련장도 없이 떠돌이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곧바로 전남 함평군에 약 250억원을 들여 2군과 3군 전용훈련장인 ‘기아 챌린저스 필드’를 완공했다. 이어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건립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정 부회장은 그룹 일정상 어려운 스킨십 대신 묵묵하고 통 큰 지원으로 야구단에 애착을 보여 왔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남녀 양궁이 거둔 ‘금메달 4개 싹쓸이’와 전북 현대가 일궈낸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상 탈환도 오랜 기간 애정을 갖고 꿋꿋이 투자한 정 부회장의 소신 있는 지원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이 체육계에 발을 떼면서 현대차가 국내 스포츠계의 유일한 ‘큰 손’으로 부상한 가운데 조용히 선수들만 응원하는 모습 역시 귀감이 된다는 평가다.
박정원(55) 두산 구단주도 이날 어김없이 챔피언스필드를 찾았다. 총수들 가운데서도 가장 소문난 야구광이 바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수시로 야구장을 찾아 방송 중계 화면 또는 언론 기사에 자주 노출되기도 한다. 포스트시즌 때면 관중들과 호흡하며 전 경기를 관람하는 것으로 유명한 박 구단주는 올 시즌에도 이미 NC와 플레이오프 때부터 ‘개근’했다. 그는 고려대 재학 시절 학내 야구 동아리에서 2루수를 맡기도 했으며 한 시즌에 20회 정도 '직관'을 하는 야구 마니아다. 박 구단주는 "야구를 보면서 기업경영에 많은 시사점을 얻으려 노력한다"면서 "야구와 기업은 팀플레이가 중요하고 통계 등을 활용한 과학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할 만큼 경영에도 야구를 접목시킨다.
구단주들이 얼마나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팀 성적은 물론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 13년 만에 가을 야구에서 만난 오너들의 장외 응원에 그래서 관심이 쏠린다.
광주=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