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위기 때 육지수송 지연”
정부의 금속ㆍ석유 비축 계획 수립과 사업 운영이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뭘 비축해둬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기관마다 다른가 하면 국내 비축 원유의 절반 이상이 섬에 집중돼 있어 전쟁 등 위기 때 육지로 급히 보낼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
감사원이 26일 공개한 ‘주요 원자재 비축 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달청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조정 없이 제각기 금속을 비축하는 바람에, 한 기관이 모아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광종(鑛種)을 다른 기관은 비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두 기관이 비축 필요성을 달리 판단한 금속은 25개 광종 중 14개(56%)에 달했다. 석유의 비축 목표량도 엉성했다. 정부 에너지 기본계획이나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과 다르게 석유 수요를 과다하게 전망하거나, 비축이 필요 없는 국제벙커링(외국적 선박이나 항공기에 공급되는 연료유)을 포함하고 있었다.
석유의 경우 많이 쌓아놓기만 했지 정작 위기 때 수요처에 공급할 방법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석유공사가 비축 중인 원유량(8,096배럴)의 55.2%(4,467배럴)가 섬인 거제기지에 보관돼 있지만 육지와 송유관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때문에 위기 때 유조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원유가 육지에 닿는 데는 18~23일이 걸린다. 하지만 울산기지와 서산기지의 원유 공급 가능일수는 각각 4.6일과 7.9일에 불과하다. 거제기지에 비축된 원유가 육상에 보내지기 전에 원유가 바닥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금속은 비축량이 모자랐다. 안전재고는 긴급 시 말고는 방출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조달청이 구리, 아연, 주석 등을 아무 때나 내보내 안전재고가 목표량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잦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조달청은 페로망간과 스트론튬 등 희소 금속을 구매할 때 외부 전문가를 심사에 참여시키지 않아, 평균 수입가보다 20~45% 비싸게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