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자금으로 자동 정산
베팅액 제한 없어
연간 1조2000억대 오가
조직폭력배들이 유명 대학을 나온 프로그래머를 고용, 사설경마 프로그램을 신규 개발해 운영해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도박판 규모만 연간 1조원이 넘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한국마사회법 위반 등 혐의로 사설경마 프로그램 ‘판도라(PANDORA)’ 운영자 A(49)씨와 총판 B(44ㆍ대전지역 조직폭력배 부두목)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하위조직 C(41)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2014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전국 각지에 연간 1조2,000억대의 판돈이 오간 사설 경마 프로그램 판도라를 보급, 운영하며 75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판도라는 개인 이메일로 인증ㆍ접속해 경마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회원들 자금으로만 자동 정산되는 시스템이다. 최씨 등은 지난 2011~2012년 K대를 나온 프로그래머 D(44ㆍ구속)씨를 고용, 이 프로그램 개발한 뒤 하위 운영자 110명에게 보급하고 보증금(1,000만원)과 함께 매주 100만원씩의 사용료를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프로그램 개발 및 업데이트, 해킹 차단 등의 대가로 월 400만~700만원씩을 받았고, 하위 운영자들은 1인당 20~50명의 회원을 모집해 베팅액의 5~7%를 수수료로 나눠 가졌다.
회원들은 실제 경마가 열리는 금, 토, 일 3일간 판도라에 접속, 베팅액 제한 없이 회당 200만,300만원씩을 걸고 도박을 즐겼다. 한 주에 2억~6억 원을 탕진하는 회원도 있어 연간 1조2,000억 원 규모의 도박이 이뤄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A씨 등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현금 1억4,400만원과 5,400만원짜리 고급 시계, 대포폰 61대, 컴퓨터 30대 등을 압수했다. 또 용인 등지의 사무실에서 보증금과 외제차량 등 모두 6억5,000만원을 압수,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영에 사용된 프로그램 서버 129개도 모두 압수해 판도라 운영 조직이 사실상 해체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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