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자택서 모자 발견된 데 이어
강원 횡성서 아버지도 흉기 찔려
용의자는 뉴질랜드 출국.. 추적 중
50대 재혼 부부와 10대 아들이 경기 용인과 강원 횡성에서 잇따라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유력한 용의자는 숨진 아내가 전남편과 사이에 낳은 30대 아들로, 해외 도피한 상태다.
26일 오후 4시쯤 강원 횡성군 둔내면 한 콘도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서 A(57)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은 A씨의 의붓아들 B(35)씨가 지난 19일 용인의 한 렌터카업체에서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날 오후 10시50분쯤 용인시 처인구 A씨 집에서 그의 아내 C(55ㆍ여)씨와 친아들 D(14)군이 살해된 사실을 확인, A씨의 소재를 수소문하던 중이었다. 앞서 C씨 등의 시신은 C씨 여동생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안방 옆 베란다에서 발견됐다. C씨 등 역시 흉기에 수 차례 찔린 상태였으며, 부엌 싱크대 안에서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가 나왔다. 누군가 내부를 정리한 듯한 흔적도 포착됐다. C씨 여동생은 “사흘 전부터 언니가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C씨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B씨가 지난 21일 오후 5시쯤 A씨 집에서 5시간가량 머물다 나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후 이 C씨 등이 아파트를 드나든 영상은 없었다.
같은 날 밤에는 의붓아버지인 A씨의 휴대전화를 B씨가 소지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파악했다. A씨가 용인에서 운영했던 주점 종업원은 “그날 밤 A씨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B씨가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가 어머니 C씨 등을 먼저 살해한 뒤 A씨를 만나 몹쓸 짓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그의 행방을 쫓았으나 범행 이틀 뒤인 지난 23일 이미 뉴질랜드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뉴질랜드 사법당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기로 하는 등 B씨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A씨 부부와 D군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C씨는 재혼가정을 꾸려 용의자인 B씨와 숨진 D군은 아버지가 다른 형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C씨 등과 떨어져 세종시에서 자신의 아내, 아이(2명)들과 함께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으나, 경찰이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방문한 결과 실 거주자는 다른 사람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어학연수를 했던 뉴질랜드로 아내 등과 동반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국내 송환을 서둘러 추진할 방침”라며 “경제적 다툼 등 정확한 범행 동기는 파악 중”이라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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