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처럼 첨예한 갈등 시민이 해결
추진단 꾸려 내년부터 본격화 계획
공론 안건은 여론조사로 결정키로
지자체 갈등해결 묘안 될지 주목
서울시가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건설 재개 여부에 적용했던 공론조사를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의사결정 과정에 도입한다.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숙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주민자치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공론조사 표준지침을 개발해 사회갈등해결 모델을 정립하기로 한 가운데, 공론조사가 지자체 갈등해결의 묘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번 주 내로 ‘공론조사 도입 계획안’을 만들어 내부 검토에 들어간다. 그간 ‘부산 북항 재개발 마스터 플랜’, ‘3색 신호등 체계 도입’ 등 지자체나 정부 현안을 놓고 공론조사가 몇 차례 시도된 적 있지만, 이를 상시 운영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이르면 올해 안에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공론조사 추진단을 꾸려 내년부터 본격 사업을 시작한다. 내년 상반기에 의제 1건을 선정해 진행하며 사업 예산은 5억원 안팎이다.
어떤 의제를 공론조사에 부칠지는 여론조사로 결정한다. 시에서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부터 송파 실버케어센터 건립, 반려견 규제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의제 후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론조사는 여론조사와 숙의 과정을 결합한 시민참여형 의사결정의 한 방법이다. 통상 ‘1차 여론조사-전문가 토론 청취-시민 상호 토론-2차 여론조사’의 과정을 거친다. 의제에 대한 시민들의 ‘학습’이 공론조사의 핵심이다.
박지호 갈등전환센터 센터장은 “공론조사를 거친 사안은 ‘최종 결과가 내 의견과 달라도 존중할 수 있다’는 결과 수용성이 높아지고, 판단 유보자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며 “공론조사가 지자체의 갈등 예방 프로세스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신고리 원전 공론조사의 경우에도 최초 조사에서는 35.8%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지만 최종 조사에서는 3.3%만 결정을 미뤘다. 결과 수용성은 93%에 달했다.
지자체의 대표격인 서울시가 공론조사를 도입함에 따라, 공론조사가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갈등 사안이 많은 지자체에선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수단으로 대개 토론회를 택했다. 하지만 일부 토론회의 경우 참여자의 대표성이나 제한된 시간 탓에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홍수정 시 갈등조정담당관은 “토론회는 대체로 이해당사자만 관심이 많은데다가 길어도 반나절에 그쳐 숙의 토론에 어려움이 많다”며 “공론조사가 이런 한계를 보완해 시민이 충분히 생각하고 선택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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