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향서 쓴 후 마음 바뀌면?
언제라도 내용 변경ㆍ철회 가능
식물인간 연명치료 중단 가능한가?
임종 임박 환자 아닐 땐 해당 안돼
임종기에 접어든 환자 본인이 원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내년 2월4일 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23일부터 전국 10여개 기관에서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 등록 건수가 사흘 동안 59건에 달했다. 해당 기관에는 문의와 상담 전화가 빗발친다. 법이 길을 터주자 존엄사에 대한 내재돼 있던 관심이 수면 위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 문재영 충남대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의 도움으로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해 환자나 가족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을 문답으로 살펴봤다.
_사전의향서를 작성하면 어떤 효력을 갖는가.
“사전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지정된 기관에서 누구나 작성해 등록할 수 있다. 이렇게 등록한 사전의향서는 향후 본인의 임종이 임박했을 때 연명의료 중단 또는 유보의 근거로 쓸 수 있다. 사전의향서를 쓴 임종기 환자는 의식이 있다면, 다시 한번 본인 의향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의식이 없다면 환자가 사전의향서 내용을 확인할 의사 능력이 없다는 의사 2명의 판정을 거치면 곧바로 연명의료가 중단된다.“
_연명의료계획서는 어떻게 다른가.
“사전의향서가 주로 건강한 사람이 미래의 상황에 대비해 작성하는 거라면,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 환자의 뜻에 따라 담당의사가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기록하는 문서다. 마찬가지로 임종기에 법적 효력을 지닌다.“
_연명의료계획서는 정해진 질병 환자만 작성할 수 있다는데.
“연명의료계획서를 쓸 수 있는 말기 질환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4가지다. 그 밖의 질환이나 부상을 입었다면 연명의료계획서를 쓸 수 없다. 다만 이 환자가 사전의향서를 쓴다면 임종 과정에 들어갔을 때 본인 또는 의사 2인의 확인 절차를 거쳐 연명의료 중단ㆍ보류가 가능하다. 사전의향서를 쓰지 않았다 해도, 임종기 이후 환자 가족 2인 이상이 일치된 진술을 하거나, 환자 가족 전원 합의가 있으면 연명의료 중단ㆍ유보가 가능하다.“
_사전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썼다가 마음이 바뀌면.
“생각이 달라지면 언제든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_호스피스에 들어간 환자도 연명의료결정법을 따라야 하나.
“그렇다. 호스피스에 입원한 환자라도 임종 과정에 접어 들면 연명의료를 중단ㆍ유보하기 위해서는 환자 본인의 뜻을 확인하거나 가족 동의를 받는 절차를 일반 환자와 마찬가지로 밟아야 한다.”
_임종 과정의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인데, 가족 구성원들의 입장이 엇갈린다면.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뜻을 확인할 수 없다면, 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연명의료 중단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와 직계 존ㆍ비속을 의미하며, 이런 가족 구성원이 없다면 형제ㆍ자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해외에 있는 가족 구성원이라면 귀국해서 직접 합의서에 서명해야 한다.”
_환자 본인은 연명의료 중단ㆍ유보를 원하는데 가족이 반대한다면.
“환자 본인의 뜻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환자가 원하면 따라야 한다.”
_미성년자 환자는 성인과 연명의료 중단 절차가 어떻게 다른가.
“19세 미만 미성년 환자는 본인보다는 친권자인 부모의 의사가 중요하다. 미성년자는 사전의향서 작성이 불가능하고, 의사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쓸 때도 친권자 동의가 필요하다. 환자의 뜻을 확인할 수 없을 때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하는 성인 환자와 달리, 미성년 환자는 법정대리인(친권자에 한정)만 동의 의사를 밝히면 연명의료를 중단ㆍ유보할 수 있다. 부모가 이혼했다면 친권이 있는 쪽만 동의하면 된다.”
_증상이 달라지지 않는 식물인간 상태 환자라면.
“사전의향서를 썼더라도 증상이 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는 중단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는 의사 2명의 판단이 있어야만 중단할 수 있다.“
_연명의료 중단ㆍ유보와 안락사의 차이는.
“안락사는 독극물 등을 주사해 적극적으로 죽음의 시기를 앞당기는 행위다. 반면 연명의료 중단ㆍ유보는 인위적으로 죽음의 시기를 앞당기지 않고 자연사(自然死)의 단계를 따른다.”
_연명의료를 중단하면 환자가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연명의료는 인공호흡기 부착,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혈액 투석 네 가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연명의료를 멈춰도 통증 완화 치료와 영양분ㆍ물ㆍ산소 공급은 계속 받을 수 있다. 다만 환자 상태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떼거나 혈액 투석을 멈추는 행위는 환자에게 고통스러울 수 있어서 연명의료 중단 시점은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의가 필요하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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