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울면 안 되는데.”
이승엽(41) 부산 아이파크 감독대행은 눈물을 애써 참으며 인터뷰실로 들어왔다. 부산은 25일 홈인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FA컵 준결승에서 전ㆍ후반 연장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챌린지(2부) 소속의 부산은 클래식(1부) 강호 수원을 맞아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라는 평을 뒤집는 기적을 썼다. 지난 10일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한 고 조진호 감독에게 결승행을 선물했다. 조 감독 아래서 코치를 하며 친형제처럼 지냈던 이승엽 감독대행에게는 더 뜻 깊은 승리였다. 그는 경기 뒤 “조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났다. 복받치더라. 경기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생각이었다. 이 기쁨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조 감독 타계 후 치른 경기에서 늘 벤치의 감독석 한 자리를 비워놨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남 다른 사연도 있었다.
이 감독대행은 얼마 전 클럽하우스의 조 감독 방을 둘러봤다. 생전의 조 감독과 그가 함께 뒹굴고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전략도 논의하던 방이었다. 이 감독대행은 “감독님 방을 그 전에 제가 다 정리했는데 속옷 하나가 남아 있더라. 그래서 오늘 그걸 입고 왔다”며 “오늘 경기가 안 풀리거나 우리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하늘을 한 번씩 봤다. 감독님이 선수들과 함께 뛰어준 것 같다”고 했다.
부산은 이미 결승에 올라 있는 울산 현대와 11월 29일과 12월 3일 홈 앤드 어웨이로 결승전을 치른다. 또한 일찌감치 챌린지 2위를 확정한 부산은 플레이오프와 승강 플레이오플 통해 1부 승격도 노린다. 이 감독대행은 “일단 오늘 승리는 빨리 잊고 승격이라는 목표를 위해 다시 달리겠다. 울산과 결승도 철저히 분석해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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