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껍질 표시 의무화 법 추진에
“최근 생산란만 찾으면 재고는…”
유통 혼란 주장하며 철회 요구
식약처 “식품 안전성 위해 필요”
“닭들이 많은데 어제 낳은 건지, 오늘 낳은 건지 어떻게 표기하라는 말입니까? 이걸 법제화하는 국가는 없어요.” (대한양계협회 관계자)
“산란일 표기는 유럽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필요성이 커졌습니다.”(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정부가 계란 껍질에 산란일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양계 농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산란일 표기 법제화가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제도인데다 유통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인데, 정부는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식품 안전 강화를 위해 산란일자 표기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5일 오후 충북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본부에 대한양계협회 소속 농민 1,500여명이 모여 ‘계란 산란일자 표기 철회 요구 결의대회’를 열고, “식약처가 생산농가의 현실은 감안하지 않고 산란일자 표기 법제화를 내세워 농가의 생존권이 침해 당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대한양계협회는 ▦정확한 산란 일자 확인 불가 ▦유통과정에서 소비자 혼란 초래 ▦냉장유통 시스템 미비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 국가 전무 ▦난각 마킹 기술의 문제 등을 주된 반대 이유로 들었다. 이홍재 양계협회 회장은 “농장이 점차 대규모화돼 산란 시간대와 수거일자가 일치하지 않아 정확한 산란 일자를 표기하기 어렵다”며 “산란일을 표기해도 산란일과 유통기한의 의미는 다른데, 최근 일자의 제품을 찾는 소비 특성상 안전에 문제가 없는 계란이 재고로 남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계란은 계절별 신선도 유지기간과 냉장여부에 따라 유통기한이 각기 달라지므로, 산란일자만 표기해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이 헷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산란일자 표기 법제화가 세계적으로 유례 없다는 점도 농가의 주된 반대 이유다. 양계협회 측은 “미국, 유럽 등 대다수 선진국의 경우 난각 표시규정 자체가 없고 생산농가에 관한 중요 정보만 표기한다”며 “축산물도 포장육은 도축일자 표기를 법제화하지 않았고 우유 역시 원유 착유일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식약처는 산란일자 표기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난각코드는 농장명은 있지만 산란일자는 없어 계란의 신선도를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산란일 표기를 결정한 것이고, 유통기한은 포장지에 별도 표기돼 소비자 혼란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난각코드 산란일 표기는 유럽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식품 안전 관리를 위해 산란일 표기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식품 안전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입법ㆍ행정 예고이므로 농가의 의견도 청취하고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8일 식약처에 “산란일자 표기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해 관계자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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