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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측근이 당ㆍ군 모두 장악… 옥새만 없는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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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측근이 당ㆍ군 모두 장악… 옥새만 없는 ‘황제’

입력
2017.10.25 18: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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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비서실장’ 리잔수 ‘책사’ 왕후닝…

대학 동기 등 ‘시자쥔’ 대거 입성

50대 주자들은 상무위원 탈락

WSJ “집단지도체제 사망했다”

중국 공산당이 25일 마무리한 ‘시진핑(習近平) 2기’ 인선은 철저하게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천하를 완성ㆍ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시 주석의 측근 인사들이 당과 군의 주요 직책을 대부분 꿰참으로써 중국 공산당은 사실상 시 주석의 사당(私黨)이나 마찬가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시진핑은 홀로 정상에 남았고 집단지도체제는 사망했다”고 평가했다.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면면부터가 그렇다. 서열 3위에 오른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은 시 주석의 복심이자 비서실장으로 통하는 최측근이고, 서열 5위인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시 주석의 책사다. 시자쥔(習家軍: 시진핑 측근세력)의 좌장인 왕치산(王岐山) 전 상무위원의 뒤를 이어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게 된 서열 6위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은 직속부하의 비리로 낙마할 위기를 모면한 뒤 시 주석에게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했다. 서열 4위인 왕양(汪洋) 부총리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지만 계파색이 엷은데다 시 주석의 신임이 두텁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측근으로 상하이방(上海幇: 상하이 출신 정ㆍ재계 인맥)의 선두주자인 서열 7위 한정(韓正) 상하이시 서기조차 시 주석과 개인적인 인연이 깊다. 리 총리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공산당의 실권기구인 중앙정치국 위원 25명의 구성도 마찬가지다. 상무위원 7명을 제외한 18명 중 10명이 교체됐는데, 시 주석의 중학교 동창이자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과 칭화대 동기인 천시(陳喜) 중앙조직부 부부장, 옛 부하였던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부주임ㆍ차이치(蔡奇) 베이징시 서기ㆍ황쿤밍(黃坤明) 중앙선전부 부부장 등 대다수가 시자쥔이다. 200만명에 달하는 인민해방군을 지휘ㆍ통솔하는 중앙군사위원회도 장유샤(張又俠) 상장이 부주석에 기용되고 리쭤청(李作成) 연합참모부 참모장, 웨이펑허(魏鳳和) 상장 등이 위원에 선임되는 등 군부 내 시진핑 인맥으로 개편됐다.

시 주석 측 인사들 중에서도 특히 리잔수 주임과 자오러지 부장, 왕후닝 주임, 류허 주임 등은 시진핑 2기 체제를 떠받치는 4개의 기둥으로 꼽힌다. 자오 부장은 반부패 드라이브를 이끌며 시 주석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됐고, 왕 주임은 자신이 입안하고 체계화한 ‘시진핑 사상’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관리ㆍ감독하는 자리를 맡았다. 내년 3월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경제담당 부총리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은 류 주임은 사실상 리커창 총리를 제치고 경제정책을 주도하며 시 주석이 주창한 샤오캉(小康: 중산층) 사회를 현실화하는 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활동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건 시 주석의 의중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고 평가받는 리 주임의 몫이다.

시자쥔이 당과 군의 핵심에 대거 진출하면서 공청단과 상하이방은 사실상 와해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에 따라 중국 정치의 전통이었던 견제와 균형은 사라지게 됐고 시 주석은 공산당의 권력기구를 틀어쥔 채 ‘1인 지배체제’를 굳힐 수 있게 됐다. 시 주석이 측근인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와 공청단 출신인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 등 50대 차세대 선두주자들을 상무위원에서 탈락시켜 사실상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고 이들이 계속 충성 경쟁을 하도록 유도한 것도 결과적으로 시 주석의 위상 강화로 이어진다. 이처럼 격대지정(隔代指定: 차차기 후계자를 미리 지명하는 것) 원칙이 무너지고, 나아가 시 주석의 이름이 명기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 당장(黨章: 당헌)에 삽입된 것까지 감안해 시 주석이 2022년 제20차 공산당대회에서 물러나지 않고 3연임을 시도할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미 CNN은 ‘모두 시 주석의 사람들’이라는 머리기사에서 “후계자를 정하는 전통을 깨면서 시 주석은 집권 2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공산당의 주요 보직 인선은 시 주석이 내세운 중국몽(中國夢)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강력한 통치력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그의 1인 지배체제를 정당화하고 뒷받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중국 사회에서 공산당이 차지하는 위치로 볼 때 그 결과가 사회 전반에 대한 권위주의 확산과 철권통치로 드러나고 대외적으로는 패권주의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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