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호남반발에 철회 선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에서 숨가쁘게 진행된 중도통합 논의가 열흘 만에 멈췄다. 양 당은 일단 정책연대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내달 실시될 바른정당의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중도통합 논의가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5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논의 철회를 공식화했다. 그는 지난 15일 주호영 바른정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의 회동 이후 불거진 통합 논란에 대해선 “언론이 앞서나가서 생긴 일”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한 뒤, “바른정당과는 정책연대를 시작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대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대화의 틀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양 당의 통합에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 국민통합포럼은 이날 세미나를 열고 공동정책협의체를 구성해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결정, 통합의 여지를 열어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향후 양 당의 중도통합 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민의당의 철회 결정이 안 대표의 정국 구상에 호남계가 정면 반발하면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재논의 역시 극심한 당내 분열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은 11월 내로 깨지게 돼있고, 노적(露積)에 불질러놓고 싸라기 몇 개 주워서 통합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제발 지도부가 좀 상황을 현실적으로 봐라”고 쏘아 붙이기도 했다.
통합의 파트너인 바른정당의 상황도 긍정적이지 않다. 현재 바른정당 내 자강파와 보수통합파는 각각 8명이고 관망은 3명, 중도통합파는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13일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가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하더라도 절반 가량의 현역 의원이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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