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선수에 스며드는 게 먼저”
실전 통해 동료들과 손발 맞춰
개막 2연패 후 3연승 질주
올 시즌 프로농구 우승 후보로 꼽힌 전주 KCC가 개막 2연패 후 3연승으로 정상 궤도에 올랐다. 첫 두 경기에서 원주 DB, 인천 전자랜드에 연이어 패할 때만 해도 유일한 걱정거리였던 호화 선수들의 ‘교통 정리’가 안 돼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유기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프로농구 ‘연봉킹’ 이정현(30)이 팀에 녹아 든 것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KCC와 도장을 찍으며 사상 첫 연봉 9억원(9억2,000만원)시대를 연 이정현은 비시즌 동안 새로운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국가대표 차출과 연습 경기 중 무릎을 다쳐 두 달간의 공백도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은 무릎 부상 회복 속도가 빨라 개막 5일을 앞두고 팀 훈련에 합류했지만 동료들과 엇박자를 냈다. 안드레 에밋(35)이라는 확실한 주득점원이 있는 데다가 전태풍(37), 하승진(32), 송교창(21) 등 개성 강한 스타급 선수들이 많아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비교적 오랜 시간 공을 다루는 습관에 젖어있던 이정현은 24일 친정 팀 KGC인삼공사를 맞아 해법을 찾았다. 동료의 스크린을 이용한 뒤 외곽슛으로 활로를 찾았다. 외국인 센터 찰스 로드와 2대2 플레이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그 결과, 올 시즌 최다 27점을 넣었다. 3점슛은 5개를 꽂았고, 어시스트와 스틸도 6개씩을 기록했다. 이정현이 살아나면서 에밋에게 쏠리는 상대 수비도 분산됐다. 에밋은 이날 승부처인 4쿼터에서 8점을 집중시켰다. 이정현 또한 경기 막판 스틸에 이은 쐐기 득점을 올리는 등 7점을 4쿼터에 보탰다.
추승균 KCC 감독은 “원래 이정현은 잘하는 선수라서 경기 밸런스만 잡아주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한달 이상 쉬다가 5일만 연습하고 들어와서 힘들 텐데,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칭찬했다. 이정현은 “다른 개인 목표보다 이적한 첫 해라서 기존 선수들에게 스며드는 것이 먼저”라며 “(KCC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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