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예브게니 오네긴
소설원작 잇따라 무대에 올라
늦가을 러시아 대 문호들의 소설을 발레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잇따라 공연된다. 화려한 기교 위주의 춤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방점을 찍은 드라마 발레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언어로 표현된 문학작품을 비언어인 몸짓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들의 생동감 있는 표현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다.
국립발레단은 11월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원작으로 한 동명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안나가 브론스키 백작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다.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예술감독인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이 안무해 2014년 초연됐다. 원작소설이 1,0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인 만큼 슈푹은 소설 전체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다루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는 “춤을 통해 등장인물 개개의 감정과 모순을 생생하게 펼쳐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발레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안나 카레니나’를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해 줄 음악으로는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와 폴란드 비톨트 루토스와프시키의 음악이 선택됐다. 김리회, 박슬기, 한나래가 번갈아 안나 역을 맡아 인류 보편이 겪는 감정을 춤을 통해 연기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드라마 발레의 대가 존 크랑코(1927~1973)가 안무한 ‘오네긴’을 공연한다. 러시아의 국민작가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자유분방한 도시귀족 오네긴과 아름다운 사랑을 갈망하는 시골소녀 타티아나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크랑코의 안무작 중에서도 서정성과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으로 꼽힌다. 특히 마지막 ‘회한의 파드되(2인무)’는 연속 리프트와 점프 등 고난도 테크닉은 물론 연기력도 필요해 무용수들에게도 어려운 작품으로 꼽힌다. 동시에 무용수들이 은퇴작으로 선택할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스타 무용수 부부인 황혜민(39)과 엄재웅(38)의 고별 무대로 더욱 주목 받는다. 11월 24~26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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