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상’ 통해 검사 없이 들여와
인천지검, 관리책 등 4명 구속 기소
표백제와 방부제로 쓰이는 이산화황 덩어리인 생강 등 중국산 농산물을 일명 ‘보따리상’을 통해 국내로 몰래 들여와 유통시킨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인천지검 지재ㆍ보건범죄전담부(부장 오현철)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보따리상 관리책 A(59)씨와 국내 유통업자 B(66ㆍ여)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함께 기소된 중국인 아내 C(58ㆍ여)씨, 처남 D(66)씨와 짜고 지난 1~9월 40차례에 걸쳐 중국 스다오항과 인천항을 오가는 보따리상을 통해 생강, 참깨, 콩, 참기름 등 중국산 농산물 약 15톤을 밀수입해 이중 14톤을 B씨에게 판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현장에서 압수한 생강에선 기준치를 초과한 이산화황 63㎎/㎏이 검출됐다. 이산화황은 식품 표백과 보존을 위해 쓰는 첨가물로 많이 먹으면 인후염, 위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일일 섭취 허용량은 0.7㎎/㎏이다.
검찰 관계자는 “밀수입 농산물은 식품 유해검사 등을 거치지 않고 수입식품유통이력추적관리제 등의 적용도 받지 않아 유해하더라도 그대로 반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A씨 등은 중국에서 구입한 농산물을 직접 소비하는 경우 여행객 1인당 50㎏까지 무관세로 반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 보따리상을 통해 일주일에 3차례 1회당 약 300㎏~1톤을 밀수입했다. 보따리상들은 농산물을 국내로 몰래 들여오는 대가로 한번에 뱃삯을 제외하고 2만~3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와 B씨는 보따리상에게 수거한 농산물을 실어 나르는 차량의 열쇠를 각자 관리하면서 야간에 운반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밀수입 농산물은 관세가 면제돼 정식 수입한 농산물의 5분의 1 가격에 거래된다. 국내 관세율은 참깨가 630%, 콩이 487% 정도다. 실제 A씨가 중국에서 1만~2만원 대에 산 참기름을 B씨는 3만5,000원에 사들여 4만~5만원 대에 판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밀수입한 농산물 일부를 압수하는 한편 A씨 등의 예금계좌를 특정해 추징보전청구를 통해 범죄수익 전액(5,757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찰, 자치단체, 농삼물품질관리원 등과 함께 밀수입 농산물 유통사범을 적극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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