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레지던트)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전북대병원이 보건당국의 제재로 내년에 정형외과 레지던트를 모집할 수 없게 됐다. 이 병원은 레지던트에게 입사 전 무급 노동을 강요하고, 임의로 당직 명령도 남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대병원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폭행 건 외에도 각종 인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다. 피해자 레지던트 A(34)씨는 지난해 3월 전북대병원에 레지던트로 입사했는데, 입사 6개월 전인 2015년 9월부터 출근을 강요 당했다. 당시 광주의 한 병원에서 인턴 수련 중이던 A씨는 이 때문에 쉬는 날마다 전북 전주시까지 넘어와 무급으로 일해야 했다. 선배 레지던트는 A씨에게 임의로 야간 당직 명령을 내리는 권한 밖의 지시를 하기도 했다. 병원 측은 또 레지던트들의 업무 시간을 적어 제출하라는 복지부 지시에 모두가 주 80시간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자료를 허위 작성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에 복지부는 전북대병원에 2018, 2019년 2년 동안 정형외과 레지던트 정원을 3명에서 0명으로 감축하고, 인턴 정원을 올해 44명에서 42명으로 감원하는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단 2019년 레지던트, 인턴 감원은 내년 수련의 인권 환경 개선 정도에 따라 다시 늘려줄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신입 레지던트가 줄면 병원은 환자를 덜 받거나 더 비싼 돈을 들여 전문의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병원에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고, 향후 3년간 현지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단, 가해 의혹을 받는 선배 레지던트 B씨와 정형외과 교수 C씨 등은 복지부가 직접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처분 대상에서 빠졌다.
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 등을 통해 최근 폭행이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강남세브란스병원, 부산대병원, 삼육서울병원, 양산부산대병원, 한양대병원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도 개선 차원에서 전공의법에 폭행에 대한 과태료 규정을 새롭게 마련하고, 폭행 가해자(교수)는 지도전문의 자격을 일정 기간 박탈하기로 했다. 폭행 등 비인권적 사건이 발생한 병원에는 지원금을 삭감하고, 문제된 과(科)는 레지던트 수련과목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가해 의혹을 받는 B씨는 2015년 자신의 선배 레지던트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피해자였으며, B씨를 때린 선배는 폭행 혐의로 병원에서 해임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폭력의 대물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