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한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취약차주의 위험을 줄일 것’이란 긍정적 평가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엇갈린 분석을 내놨다.
부정적 시각의 전문가들은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이번 대책의 골자가 8ㆍ2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실질적인 대안이나 근본적으로 대출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은 없고 또 다시 대출 억제책만 내 놨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 문제는 그간 수 없이 반복돼온 만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데 이전 대책의 재탕ㆍ삼탕에 불과해 결과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대책이 건설 투자를 감소시키고, 취약계층을 더 어렵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8%) 중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각각 1.0%포인트와 1.6%포인트에 달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 대책으로 건설 투자가 위축, 내년 상반기 건설투자는 0.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는 내년부턴 사실상 ‘수출’에만 의지해 성장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오 특임교수는 “건설 경기 감소로 80만명에 달하는 건설업 종사자가 생계자금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커져, 주담대는 줄어들어도 전체 가계부채 총량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가계부채에 대한 진단과 처방 모두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차주별 맞춤 대책을 적용하고 소득이 낮거나 고용이 불안한 이들을 상대로 원리금 상환을 줄여주는 대책도 포함돼 부채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빚을 내 집을 사라’는 기조에서 탈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빚을 지라’고 강조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보호 대책에 대해선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실장은 “가계부채 대책이라기 보단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번 정책이 과연 가계부채 총량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