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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쓰레기 매립섬 우리땅” 도쿄 2개 구청 40년 분쟁

입력
2017.10.22 20:3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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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로 유명한 ‘오다이바’ 옆

올림픽 개발 기대 등 포기 안 해

“고토구 86.2%, 오타구 13.8%”

도쿄도 조정했지만 오타구 불복

일본 도쿄 도심과 도쿄만에 위치한 인공섬 오다이바를 연결하는 레인보우 브릿지가 야경을 밝히고 있다. 최근 오다이바 인근 매립지를 둘러싼 도쿄 자치구들의 줄다리기가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도쿄 도심과 도쿄만에 위치한 인공섬 오다이바를 연결하는 레인보우 브릿지가 야경을 밝히고 있다. 최근 오다이바 인근 매립지를 둘러싼 도쿄 자치구들의 줄다리기가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탁 트인 항구도시가 눈 앞에 펼쳐지는 도쿄만(東京灣)의 인공섬 ‘오다이바(お台場)’.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이 관광지 인근 매립섬이 요즘 일본 지방행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도쿄항의 중앙방파제 안쪽 매립지를 차지하기 위해 도쿄도(東京都) 고토(江東)구와 오타(大田)구가 40년 넘게 벌여온 싸움이 종착지로 향하기 때문이다.

도쿄 도심에서 6km가량 떨어져 ‘도쿄 임해부’로 불리는 이곳은 도심과밀을 해소하고 도쿄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성한 신도시다. 그 중 양측의 분쟁지는 도쿄 23개 구(區)의 쓰레기 처분장으로 1973년 매립을 시작해 조성이 마무리된 약 500만㎡의 지역이다. 매립 초기엔 가깝게 위치한 주오(中央)구, 미나토구(港)구, 시나가와(品川)구, 오타(大田)구 등 5개 구 당국이 자신들에 이 땅이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재는 매립지와 교량이나 터널로 연결된 2개 구만 남게 됐다. 양측은 모두 ‘100% 귀속’을 주장해 평행선을 달렸다.

그러다 승부를 끝내기로 합의한 것은 2020년 도쿄올림픽이 닥치면서다. 매립지에 보트ㆍ카누 종목을 치를 우미노모리(海の森) 수상경기장과 승마경기장을 건설키로 확정되자 올림픽 개막 전까지 결론을 내리자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양측 구청장이 지난해 첫 담판에 나섰다. 그러다 끝내 협의에 실패하자 도쿄도가 조정절차에 들어가 16일 결과가 나왔다. 매립지의 86.2%를 고토구로, 13.8%를 오타구로 귀속하는 조정안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임명한 자치분쟁처리위원은 “두 구의 연안으로부터 등거리를 기본으로 해 토지의 용도와 역사, 지리적 조건을 고려해 분할비율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쓰레기처리장으로 연결된 다리가 위치한 고토구가 대부분 차지하게 되자 오타구 쪽이 불복선언을 하고 나섰다. 양측 구의회 어느 한쪽이라도 승인하지 않으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매립지에 주민이 사는 것도 아니고 세금 감면 등 이득도 없지만 왜 이토록 사활을 걸까. 고토구는 스포츠 명소 거점구상, 오타구는 하네다(羽田)공항과 도쿄항을 연결하는 관광ㆍ산업 진흥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개발이 진행될 경우 매립지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면 상당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고토구쪽이 “그동안 도내 쓰레기 매립 운반차량이 지나가 혼잡과 악취로 구민들이 고생해왔다”는 명분을 내세우자, 오타구는 “에도(江戶)시대부터 생계로 김양식을 해온 주민들이 도쿄만 매립공사로 어업권을 포기해 40년 넘게 싸워왔다”고 맞서고 있다. 피차 물러설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 번진 분위기다. 주변 오오이(大井)부두나 오다이바의 경우 2~3개구가 도쿄도의 분할 조정 비율을 수용해 갈등이 정리됐지만 이번 건은 도쿄도지사의 최종결정이 나오더라도 불복소송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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