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하고 팬들에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야구가 잔치답지 못했다.”.
지난 18일 잠실구장에서 플레이오프 2차전을 내준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경문(59) NC 감독은 이날 경기 총평으로 “불펜투수들이 중간에서 잘 막아 점수가 덜 나야 하는데, 점수를 너무 많이 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패배의 씁쓸함과 함께 KBO리그에 대한 애정 어린 우려도 깃들어 있었다. 이날 NC는 두산에 7-17으로 완패했다.
‘가을잔치’로 불리는 야구 포스트시즌에 ‘감칠맛’이 사라졌다. 두산은 지난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플레이오프(5전3승제) 4차전에서 이겨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한국시리즈(7전4승제)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번 플레이오프 내내 긴장감이나 박진감 넘치는 승부는 없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투수전이나 근소한 점수 차이로 밀고 당기는 팽팽함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플레이오프 1~4차전 모두 승리팀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양팀간 점수 차도 8점에서 11점에 달해 일찌감치 승패를 예측할 수 있는 경기가 펼쳐졌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른 1차전(13-5ㆍNC 승)과 2차전(17-7ㆍ이하 두산 승)에 이어 창원 마산구장으로 옮겨서도 3차전(14-3), 4차전(14-5)에서도 대량 득점이 쏟아졌다. 두산은 4경기에서 총 50점(평균 12.5점)을 득점하며 단일 시즌 플레이오프 팀 최다 득점 신기록(종전 40득점ㆍ1999년 롯데)을 세웠다. NC도 4경기 합해 28점으로 평균 7득점을 올렸다.
김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도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좋지 않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1차전에 크게 승리하고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였다. 양 팀의 점수 차가 큰 것은 한국 프로야구 최강자 자리를 놓고 겨루는 상위팀들간 대결에서 수준 차가 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다. 사령탑으로 10번째(두산 6회ㆍNC 4회) 가을 야구를 맞은 김 감독의 뼈 있는 말이었다. 곳곳에서도 ‘가을 야구가 재미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두산 박건우(아래)가 지난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1회 말 2사에서 선제 솔로포를 날리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사진=OSEN
최근 KBO리그의 타고투저 현상이 가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잘 치는 타자는 있어도 잘 던진 투수는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도 강점으로 꼽히던 선발 야구가 제 모습을 선보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나선 에이스 니퍼트(36)가 5⅓이닝 만에 6실점한 것을 시작으로 2~4차전 선발 장원준(5⅓이닝 6실점), 보우덴(3이닝 3실점), 유희관(4⅔이닝 4실점)도 팀은 승리했지만 조기 강판하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 NC 역시 필승조 불펜이 대량 실점하며 무너졌다. 두산의 이번 플레이오프 팀 타율은 0.355에 달했다.
두산과 KIA가 만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타고투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규시즌 팀 타율 1위(0.302) KIA와 2위(0.294) 두산이 맞붙기 때문이다. KIA는 다승 공동 1위(20승)에 오른 ‘원투 펀치’ 양현종(29)과 헥터(30)가 버티고 있지만 두산 역시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타격 감각을 선보이며 타선 예열을 마쳤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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