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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엔 안 지어도 원전 수출은 밀어주는 '투 트랙' 전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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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엔 안 지어도 원전 수출은 밀어주는 '투 트랙' 전략을"

입력
2017.10.22 17: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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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원전 건설 모두 취소 땐

연관 산업 매출ㆍ일자리 감소

해외 수주 경쟁에서 이기려면

정상급 외교ㆍ금융 지원 등 필수

업계ㆍ학계 “탈원전 늦출 필요”

원전 해체 산업 육성도 대안 지적

공론화위원회가 20일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공사를 재개하되 원전 발전 비중을 축소하라고 권고하면서 원전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첫 번째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원전 발전 비중 축소에 따른 국내 원전 산업 경쟁력 약화와 일감ㆍ일자리 감소, 기대에 못 미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 등 정부가 해결해야 할 난제가 쌓여있다. 전문가들은 원전 수출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 원전 해체 산업 육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 산업 전체 매출액은 2015년 기준 26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원자력 산업은 건설, 기계, 정보통신(IT) 등 연관 산업에 대한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이 재개되더라도 신규 원전 건설이 모두 취소되면 원전 산업의 매출과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원전을 더 이상 짓지 않는다면 해외 수출을 늘리는 것만이 원전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 직접 원전 건설국가를 설득하는 정상급 외교 지원과 대규모 금융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원전의 두뇌에 해당하는 계측 제어 시스템과 냉각재 펌프, 원전 설계 핵심 코드 등 3대 핵심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데 이어 신고리 5ㆍ6호기에 적용된 신형 모델 ‘APR-1400’의 유럽식 모델인 ‘EU-APR’로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도 받아 기술적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EUR 인증을 받은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5개 국가뿐인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인 2012년 한층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도 원전업계, 금융기관과 공조해 원전 수출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무자급의 지원으로는 힘이 부친다는 지적이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는 총 2.8GW 규모의 원전 2기 건설 입찰을 조만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27일 열릴 한ㆍ사우디 비전 2030협의회에서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을 만나 양국간 원전 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 국내에서 원전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관련 기술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원전 산업을 지키는 방법은 수출을 통해 해외에 원전을 짓는 것 밖에 없고, 수출은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나서야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규모 금융 지원도 필수적이다. 원전 건설은 장기간 진행되는 사업인 데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정부가 저금리로 금융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수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실제 미국과 일본, 프랑스가 원전 수주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급부상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을 받았을 만큼 우리의 원전 건설 기술력은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이라며 “러시아,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전 업계와 학계에선 탈원전 정책의 속도를 늦출 필요도 있다고 지적한다. 노후 원전을 조기 폐쇄하는 대신 안전 요건을 강화한 신규 원전을 짓도록 해 기술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의 밀집도와 안전성이 문제라면 기존 노후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안전성을 강화한 원전을 지어 우리의 기술력을 유지하는 한편 관련 산업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폐쇄된 고리 1호기에 이어 설계수명이 다해가는 노후 원전이 늘어가는 만큼 원전 해체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 원전에 대한 폐로 및 해체기술 개발에 정부가 대규모 정책 자금을 투입해 원전 산업의 일자리 감소를 최소화하고, 원전 해체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비중 축소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끌어올리는 것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현재 4%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증설 능력을 갖추는 것 외에 주민수용성, 지방자치단체 규제 등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용성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장(고려대 교수)은 “가장 큰 장애요인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문제”라며 “입지 관련 사회적 갈등 문제가 커지고 있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건설과 입지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갈등은 이익공유 방안 등으로 완화하고, 전력산업기반기금 조정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높아 전기요금은 어느 정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환경과 안전을 추구하기 위해선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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