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남자 100m 결선 1위
기록 0.4초 당겼지만 공인 못받아
한국 남자 육상 단거리 간판 김국영(26ㆍ광주광역시청)이 또 한 번 뒷바람에 땅을 쳤다.
김국영은 22일 충북 충주 충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10초03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6월 코리아오픈에서 세운 자신의 통산 다섯 번째 한국신기록(10초07)보다 0.4초 빠른 기록이다. 하지만 이날 뒷바람이 초속 3.4m로 불어 공인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육상에서는 초속 2.0m 이하일 때만 공식 기록이 된다. 김국영은 결선레이스 두 시간 전 벌어진 예선에서도 초속 3.4m의 뒷바람을 타고 10초09를 기록했다.
결선에서 김국영의 적수는 없었다.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쳐 이재하(25ㆍ충남 서천군청ㆍ10초17), 김민균(28ㆍ광주광역시청ㆍ10초32)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이 종목 3연패에 성공했다.
비록 뒷바람 탓에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김국영의 최근 페이스는 놀랍다.
그는 지난 6월 강원 정선에서 열린 전국육상대회 준결선에서 10초13으로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운 뒤 결선에서 10초07을 기록했지만 뒷바람이 초속 3.6m이라 역시 공인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틀 뒤 코리아오픈에서 뒷바람이 초속 0.8m로 부는 가운데 10초07로 기어이 또 한국신기록을 세웠고 한국인 최초로 100m를 10초대에 뛴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8월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 100m 준결선 진출 쾌거도 이뤘다.
김국영은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잇달아 9초대에 진입한 스프린터가 등장하면서 더 큰 자극을 받았다. 중국은 쑤빙톈(28)이 2015년 9초99를 찍었고 일본은 기류 요시히데(22)도 최근 9초98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추석 연휴도 반납한 채 구슬땀을 흘리며 9초대 경신을 목표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던 김국영은 “이 정도 뒷바람이었다면 9초대를 찍었어야 했는데…”라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이어 “뒷바람이 너무 불었다. 뛰다가 중간에 잠시 흔들리는 실수를 범해 집중력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100m 레이스를 사실상 마감한 그는 “일본과 중국 선수들을 보며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들과 겨룰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김국영은 “우리나라에서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자 소외 종목이지만 내가 100m 한국신기록을 작성하고 세계선수권 준결선에 오르며 어느 정도 분위기가 올라간 만큼 좋은 분위기를 살려 9초대에 진입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 하겠다”고 변함없는 관심을 당부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