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특수부대원 전사 사건 수사 착수
백악관-폭로 의원 설전… 정쟁도 진행형
트럼프 “가짜뉴스, 괴상한 의원에 열광”
미국에서 정쟁으로 비화한 순직 군인 유족 예우 논란에 연방수사국(FBI)까지 가세했다. 백악관과 국방부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사망한 미군 특수부대원 전사자들을 둘러싼 파장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자 수사기관이 직접 진상파악에 나선 것이다.
미 월스트리저널과 CNN방송 등은 20일(현지시간) 니제르에서 이달 4일 순찰 중 수니파 무장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관된 현지 무장세력의 기습 공격으로 특수부대원 4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건에 FBI가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군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FBI가 수사를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FBI는 우선 사건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파악해 재구성하는 기초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군 병사 12명은 사건 당일 니제르-말리 국경 인근 지역에서 현지 관계자들과 회의를 마치고 비무장 소형트럭을 이용해 부대로 복귀하던 도중 무장세력의 매복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범인들은 소화기와 기관총, 로켓 추진식 수류탄 등으로 미군을 공격했으며, 프랑스 전투기가 무장세력을 해산시키기까지 30여분 동안 양측의 치열한 교전이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FBI 수사관들은 무장세력의 정확한 실체를 추적하는 한편, 이들이 미군 이동시간과 경로를 어떻게 알아 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이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 발생 후 12일이 지나도록 함구했을 뿐 아니라 숨진 라 데이비드 존슨 병장의 부인에게 ‘남편은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입대했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전화통화 내용이 폭로되면서 비난에 직면했다. 대통령이 어떻게 전사자 유족에게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입대한 것 아니냐’는 뉘앙스의 언급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국방부도 선뜻 진상조사에 나서지 않아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상원 군사위원회가 국방부의 미온적 대처에 소환장 발부를 검토하자 이날 부랴부랴 의회를 찾아 존 매케인 군사위원장을 면담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조작설을 제기하며 통화 내용을 부인해 ‘진실 공방’으로 번졌고, 뜬금 없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끌어 들이면서 백악관과 야당, 언론이 얽히고설킨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트럼프 대통령 측과 해당 통화 내용을 공개한 프레데리카 윌슨 민주당 하원의원의 설전은 계속되고 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전날 “윌슨 의원은 2015년 FBI 순직자 추모건물 건립 행사에서 모금 실적을 자랑하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여성 의원은 행사장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모금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떠들어댔다”면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을 뒤늦게 공개했다. 이에 윌슨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켈리)는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했다. 끔찍하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가짜뉴스가 사적인 전화를 몰래 엿듣고, 완전히 거짓말을 한 괴상한 의원에게 열광하고 있다”면서 윌슨 의원과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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