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높지 않아… 불편하다”
승선 낚시꾼 대부분 착용 안해
선원은 권유도 않고 되레 핀잔
지난 6일 인천 중구 남항에서 출항한 주꾸미 낚싯배에 오른 직장인 도모(34)씨는 승선인원 30여명 중 서너 명만 직접 챙겨온 구명조끼를 입은 모습에 깜짝 놀랐다. 사흘 전 제주에서 일가족 다섯 명이 구명조끼 없이 배낚시를 즐기던 중 배가 뒤집혀 허모(4)군이 숨진 사건이 있었는데, 선장과 선원들은 구명조끼 착용 권유조차 하지 않았다. 도씨는 “구명조끼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니 ‘단속도 없는데 불편하게 왜 착용하려 하느냐’고 되레 핀잔을 주더라”라며 “선장과 선원들조차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고 어이없어 했다.
해상 곳곳에서 생명을 담보로 한 바다낚시가 횡행하고 있다. TV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고, 최근 조사에서 등산을 제치고 여행 목적 1위에 오를 만큼 낚시가 국민레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지만, 정작 배 위에선 구명조끼 미착용과 승선자 확인 누락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어 각종 해양사고위험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기자가 7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탑승한 인천 남항 출발 낚싯배에선 40명 안팎 낚시꾼 중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파도가 높지 않은데다, 낚시 활동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구명조끼를 아예 찾지 않았는데, 다른 어선이 근접해 지나갈 때 생기는 너울에 배가 출렁이거나 물에 젖은 선상 바닥에 미끄러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했다.
낚싯배 자체 결함으로 위험에 처하는 일도 잦다. 2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년~2017년 8월) 발생한 낚싯배 사고 737건 가운데 74.9%(552건)가 기관 고장이나 추진기 장애 발생 등으로 인한 사고였다. 구명조끼 미착용이 언제든 큰 인명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꾸준히 울리는데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모습이다.
안전수칙 위반을 감시 및 단속해야 할 해양경찰도 구명조끼 착용 권장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13일 오전 10시쯤 기자가 탄 배에 접근한 해경은 확성기로 “남의 어장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만 남긴 뒤 숱한 구명조끼 미착용자에겐 일언반구 없이 떠났다. 해경이 근접하자 재빨리 구명조끼를 입었던 몇몇 사람마저 해경이 경고 없이 떠나자 구명조끼를 벗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30일부터 낚시어선 승선자 전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승선자 1인당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도록 한 ‘낚시관리및육성법’이 시행됐지만, 해경에 따르면 이 법은 10톤 미만의 어선에만 적용될 뿐 고기잡이 외 관광 및 유락에도 쓰이는 낚시유선에선 제외된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낚싯배 종사자는 매년 최소 4시간씩 다양한 안전교육이 포함된 낚시전문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마저도 지키지 않고 있다”라면서 “안전기준 위반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하고, 내실 있는 안전관리교육을 해야 낚시가 국민레저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