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 공론조사가 ‘신의 한 수’로 결론이 났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원자력 발전은 축소하자는 것이다.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탈원전보다는 안정적 전력수급을 무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한국일보는 그동안 일관되게 탈원전 방향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은 재개해야 된다고 주문해 온 터라 공론화위의 결정이 여간 반갑지 않다.
3개월의 숙의 과정을 마친 공론화위는 20일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정책 결정을 정부에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시민참여단 471명의 최종 4차 공론조사 결과 건설재개는 59.5%, 중단은 40.5%로 19%포인트 차가 났다. 예상을 뛰어넘어 오차범위를 무려 10%포인트 이상 넘어서는 격차다.
당초 중단과 재개 의견이 팽팽했던 공론화위가 최종적으로 공사 재개 쪽으로 기운 것은 탈원전 정책과 공사중단 여부는 별개이며, 장기적으로 원전은 축소하되 5ㆍ6호기 건설은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세를 얻은 때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조6,000억원이나 투입된 원전 공사를 중단시킨 것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다.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비용 부담 증가나 신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려가기에 불리한 우리나라 환경조건 등에 대한 의견도 반영이 됐을 것이다.
김지형 공론화위 위원장은 이날 ‘공론화위에서 건설 재개 결정이 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원전 전체의 안정성 및 환경성 문제, 전력 수급의 안정적 공급 등을 항목으로 제시했고 다양한 측면에 대해 설문을 드렸다”고 말했다. 전력수급에 대한 불안감이나 원전 안전성에 대해 자신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공론화위는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정책결정을 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원자력발전을 축소하자는 의견이 53.2%로 유지(35.5%), 확대(9.7%) 의견을 크게 상회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원자력발전은 축소하는 방향이 옳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시민참여단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탈원전 정책이 순탄하게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80년 정도에 완전히 원전 가동을 멈추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확대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데다, 기술적으로도 난관이 많다. 더욱이 청와대가 인정했듯이 이번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탈원전이라는 큰 그림에서 다소 후퇴해 노후원전 조기 폐쇄나 신규원전 건설 중단 등의 조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청와대는 공론화위의 정부 권고안에 대해 “권고안을 토대로 후속조치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론화위 문제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갈등이 증폭됐고, 정부 신뢰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정부는 이를 조속히 회복할 필요가 있다. 당장 급한 것은 신고리 5ㆍ6호기 중단으로 인한 기업과 협력업체 주민 등에 대한 피해보상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원자력기술 신인도가 추락한 것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재개와 중단으로 양분됐던 시민사회가 다시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 갈등과 반목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원전정책에 대한 건강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국가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종합적인 에너지 정책을 마련해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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