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친박 핵심 서청원ㆍ최경환 의원과의 ‘정치적 결별’ 수순에 돌입했다. 바른정당 통합파를 끌어들이기 위한 홍준표 대표의 승부수다. 하지만 친박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징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20일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해 해당 행위와 민심 이탈을 사유로 탈당 권유 징계를 의결했다. 정주택 당 윤리위원장은 회의 직후 “보수진영 결집을 위해 이런 결정을 해야겠다는 위원들의 의사가 취합됐다”고 밝혔다. ‘1호 당원’이었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이미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다.
한국당과 박 전 대통령의 완전한 단절 여부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대상자는 징계 의견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자진 탈당을 결정할 수 있고 탈당하지 않으면 지체 없이 제명 처분된다. 하지만 징계 대상자가 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인 만큼 한국당은 예우 차원에서 열흘 후 추가로 최고위원회를 열어 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 23일부터 4박 6일간 방미 일정이 예정된 홍 대표는 돌아오는 즉시 박 전 대통령 제명 조치를 결정할 전망이다. 홍 대표는 윤리위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우리는 박근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박정희 대통령을 보고 자란 딸이라서 박 대통령 반만큼은 하지 않겠나 하던 보수우파들의 기대와 환상도 버려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당에서 떠날 경우 바른정당 통합파가 한국당에 돌아갈 명분이 생겨 보수통합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홍 대표는 앞서 11일 “바른정당 전당대회(11월 13일) 이전에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보수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길을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공식적으로 시작해주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30일 박 전 대통령이 제명된다면 그 직후부터 바른정당 전대가 예정된 13일 사이가 보수통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 대변인인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은 “보수의 대통합을 위한, 새로운 발전을 위한 힘이 되는 큰 결단”이라며 한국당의 결정을 환영했다. 다만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중도ㆍ보수 통합’ 의지를 밝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연대ㆍ통합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다.
박 전 대통령과 달리 현역 의원인 서ㆍ최 의원 징계는 진통이 예상된다. 당헌ㆍ당규상 국회의원 제명의 경우 탈당 권유 징계가 내려졌더라도 의원총회를 열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제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 재선 의원은 “당내 친박계 의원들이 탄핵 사태 이후 축소된 분위기지만 여당 시절 박 전 대통령 영향력 속에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까지 포함하면 징계 저지선을 훨씬 넘는다”고 밝혔다.
당장 최경환 의원은 일전을 선언했다. 최 의원은 “부당한 징계 결정을 절대 승복할 수 없고 당을 떠날 수 없다”며 “정치적 신의를 짓밟고 개인의 권력욕에 사로잡혀 당을 사당화 해가는 홍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앞으로 이를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친박계인 김태흠 최고위원도 지난 대선 기간 서ㆍ최 의원 당원권 정지 조치를 해제했던 홍 대표를 거론하며 “징계를 풀어 준 당사자인 홍 대표가 5개월이 지나 다시 징계를 받도록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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