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벌어진 ‘벌타 면책’ 논란에
2R 첫조 선수들이 필드 안 나와
결국 3라운드제 축소 운영키로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사퇴 표명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 상금 8억 원)이 사상초유 선수들의 집단반발로 파행을 겪었다. 이에 따라 1라운드 성적이 취소됐고 대회는 3라운드제로 축소됐다.
KLPGA는 20일 “프린지(그린 주변)에 대한 상이한 규칙 적용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선수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판단해 1라운드를 취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 2라운드는 예정 시간 1시간이 지나도록 선수들이 티 박스에 등장하지 않았다. 오전 9시 10분에 출발 예정이었던 이날 경기는 선수들의 출전 거부로 티 오프 시간을 9시 40분으로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9시 40분에도 첫 조 선수들이 필드에 나오지 않았다.
이는 전날 1라운드에서 벌어진 ‘벌타 면책 논란’ 때문이다. 일부 선수들이 프린지 구역을 그린으로 혼동해 공을 집어 들었고, ‘규칙에서 허용된 경우를 제외하고, 공이 인플레이 중일 때 공을 집어 올리면 1벌타를 받는다’는 골프규칙 18조 2항에 의거 벌타를 받았다.
하지만 KLPGA 경기위원회에서 이를 뒤집자 논란이 일었다. 경기위원회는 “그린과 프린지의 잔디 길이가 1mm도 채 나지 않아 구분하기 어려웠다”며 경기 운영 미비를 인정했지만 벌타가 취소돼 6언더파가 된 최혜진(18ㆍ롯데)이 공동 선두로 올라서면서 문제가 커졌다. 일부 선수들은 ‘그대로 플레이 한 선수들에게는 불공정한 처사’라고 주장하며 ‘1라운드 전체를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KLPGA는 전날 1라운드 결과를 취소하고 이날 1라운드를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하면서 파행은 일단락됐다. 대회는 3라운드제로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KLPGA투어 대회에서 선수들의 반발로 경기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KB 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 대회에서 경기 운영 요원의 실수로 일부 선수들의 경기 조건이 달라졌던 사실이 발견돼 취소된 바 있다.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 대회에서는 1998년 경기 도중 핀 위치를 옮겼다가 선수들의 반발로 라운드 취소된 사례가 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