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ㆍ중단 의견 팽팽’ 전망 깨고
1차 조사부터 공사 재개 우세
판단 유보층 35.8% 달했지만
최종서 19.7%가 재개로 돌아서
“원전 안전성 문제가 최우선”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 뽑아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의견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 건설공사 재개 쪽으로 쏠렸다. 전체의 3분의 1이 넘던 ‘판단 유보’층이 숙의(熟議) 과정이 진행되면서 건설 중단 보다는 재개 쪽으로 더 많이 돌아선 때문이다. 건설 재개를 택한 이들까지도 ‘안전성’ 문제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꼽았지만, 건설 중단보다는 안전기준을 강화해 공사를 재개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신고리 공론화위의 결론은 공사 재개ㆍ중단 의견이 팽팽할 것이라던 전망을 깨고 판단 유보층이 공사 재개 쪽 손을 들어주면서 싱겁게 도출됐다. 당초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공론조사에서는 1차 조사부터 재개 의견이 우세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재개 의견은 더 확대됐고 중단 의견은 축소됐다.
9월 일반 시민 2만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조사에서는 상당수가 건설 재개와 중단 두 가지 의견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었다. 건설 재개가 36.6%, 중단이 27.6%인 가운데 판단 유보가 35.8%에 달했다. 유보층은 시민참여단 471명이 참여해 13~15일 진행된 합숙종합토론 첫 날 실시한 3차 조사와 마지막 날 4차 조사에서는 각각 24.6%, 3.3%로 줄었다. 1차 조사와 비교해 3차 조사에서는 21.3%포인트 4차 조사에서는 32.5%포인트 급감한 수치다. 자료집 및 온라인 동영상 학습, 2박3일 합숙토론 등 한 달여간 이어진 숙의의 시간 동안 유보층 대부분이 최종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유보층의 판단은 건설 재개로 쏠렸다. 의견 변화를 추적해 본 결과 시민참여단 19.7%가 판단 유보에서 건설 재개로, 16.1%가 유보에서 중단 쪽을 택했다. 시민참여단의 5.3%가 중단 쪽에 섰다 재개로 돌아섰다. 1차 조사에서 중단을 택한 19.2%가 입장을 바꿨다. 시민참여단 2.2%는 재개에서 중단으로 돌아섰다. 1차 조사에서 재개를 선택한 이들 가운데 6%만이 생각을 바꾼 것이다. 김지형 공론화위 위원장은 시민참여단의 최종 결론과 관련해 “1차 조사 결과에서 이미 양측 의견에 편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판단 유보 의견을 선택한 꾀 많은 분들이 숙의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판단을 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의견 변화 기류는 숙의과정 마지막 단계인 합숙토론 과정에서 시민참여단 내에서 안정적 전력공급 문제, 원전 건설이 산업 측면에서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질문이 다수 제기되면서 일부 감지됐다. 마지막 조사 직후 신고리 건설 재개ㆍ중단 측이 내놓은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중단 측은 “시간이 촉박해 깊이 있는 토론이 힘들었다”고 아쉬움을 표한 반면, 재개 측은 “시민참여단이 문제의 핵심을 잘 짚고, 질문 수준도 상당히 높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시민참여단은 건설 중단ㆍ재개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원전 안전성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안정적 에너지 공급 측면을 건설 재개나 중단 선택의 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인식은 숙의 과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재개에 동의하는 쪽에서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 측면과 지역 및 국가 산업 측면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숙의과정 동안 미세하게나마 증가했다. 반면 건설 중단에 동의하는 시민참여단은 뚜렷하게 안전성 측면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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