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ㆍ콘크리트 구조물… 쇠못 박기도
규정 대비 2배 높아… 트럼프 의중 반영
불법 이민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국경장벽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9m짜리 거대 콘크리트ㆍ강철 구조물이다.
19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샌디에이고 카운티 오테이 메사에 세워진 장벽 8개가 일반에 공개됐다. 시제품 모형으로 장벽 뒤편은 멕시코 티후아나이다. 본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장벽 강도와 재질, 내구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원래 장벽 최소 높이는 18피트(5.5m)로 규정됐지만 시제품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대부분 2배 가까이 높은 30피트(9.15m)짜리 장벽을 선보였다. ‘넘어 올 엄두를 내지 못하는 높이를 원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제품 중 4개는 강화 콘크리트로 제작됐고 다른 4개는 강철과 콘크리트를 섞어 만들었다. 상단에 뾰족한 쇠못을 일렬로 박은 제품도 있었다.
장벽은 지하로도 6피트(1.8m) 정도 파고 들어가 지반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한다. 대형 해머나 산소용접기를 사용해 4시간 넘게 작업해도 부서지지 않는 구조여야 입찰을 따낼 수 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미시시피 메릴랜드 앨라배마 텍사스 애리조나, 5개주에서 지원한 6개 건설업체로부터 시제품 설계도를 제출 받았다. 이달 말까지 모형이 완성되면 CBP 측은 정밀 심사를 거쳐 시공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CBP 샌디에이고 지부 책임자 로이 비야럴은 “넘기 어려워야 하고, 관통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지하터널을 파서도 통과할 수 없는 구조여야 한다”면서 세 가지 평가 기준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국경장벽 모형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글을 올려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경장벽 반대 움직임이 거세고 예산 확보도 여의치 않아 건설 작업이 예정대로 추진될 지는 미지수다. 공화당은 장벽 건설에 120억∼150억달러(13조6,000억~16조9,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120㎞ 구간의 국경장벽을 건설하기 위해 의회에 16억달러의 예산 지원을 요청했으나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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