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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피디아] 유명 연주회 R석이 4만원대… 문턱 낮추는 클래식

입력
2017.10.20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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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라티 심포니 티켓값 파격

임세경 등 스타 성악가 출연하는

오페라 ‘아이다’도 1만원부터

클래식 음악 잠재적 관객 늘려

공연 시장 파이 키우기 전략

티켓 판매로 부족한 제작비는

기업의 후원 등으로 해결

서울국제음악제 개막 연주를 맡은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 티켓 가격은 제일 비싼 R석이 4만8,000원으로 채 5만원이 되지 않는다. 서울국제음악제 사무국 제공
서울국제음악제 개막 연주를 맡은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 티켓 가격은 제일 비싼 R석이 4만8,000원으로 채 5만원이 되지 않는다. 서울국제음악제 사무국 제공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북유럽을 대표하는 악단 중 하나다. 24, 25일 서울국제음악제 개막 연주를 맡아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데 가장 비싼 R석이 4만8,000원이다. 이름 좀 있다 싶은 악단이나 연주자의 연주회 티켓 가격이 30만~40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돈 없어도 볼 수 있는 수준급 연주회도 있다. 11월 3일 열리는 프랑스 신예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듀몽의 연주회는 무료다.

이 뿐 아니다. 소프라노 임세경,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베이스 손혜수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렐 쟁쟁한 성악가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오페라 ‘아이다’의 가격도 이례적이다. 민간단체인 경남오페라단이 26~28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올리는 이 공연의 티켓 가격은 1만~15만원이다. 이들 스타 성악가들이 모인 오페라의 티켓은 20만원이 넘기 마련이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격인하를 통한 문턱 낮추기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공헌과 관객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진 시도다. 관객들에게는 알짜배기 공연. 하지만 티켓 판매만으로는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어 기업의 후원에 기대는 공연계의 고질을 보여주기도 한다.

“클래식계 파이를 키워야죠” 가격 인하의 이유

클래식계에서 티켓 가격이 저렴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거나 기업이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직접 공연을 기획하는 경우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기념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다음달 3~5일 개최하는 ‘프라이드 오브 코리아’는 조수미, 나윤선, 양방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들이 대거 출연하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1만원에 불과하다. 한화그룹이 5회째 이어오고 있는 ’한화클래식’을 통해 지난달 23일 공연된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의 대가 윌리엄 크리스티의 공연티켓은 2만~5만원에 판매됐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의 대가 윌리엄 크리스티의 공연 티켓은 2만~5만원에 판매됐다. 한화그룹은 5회째 이어오고 있는 '한화클래식'의 티켓 가격을 사회공헌 차원에서 낮게 책정했다. JS바흐 제공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의 대가 윌리엄 크리스티의 공연 티켓은 2만~5만원에 판매됐다. 한화그룹은 5회째 이어오고 있는 '한화클래식'의 티켓 가격을 사회공헌 차원에서 낮게 책정했다. JS바흐 제공

서울국제음악제나 경남오페라단은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난 사례다. 클래식 음악의 잠재적 관객을 늘려 공연시장을 키우고 관객 만족도를 높여 선순환을 이뤄보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9회째를 맞는 서울국제음악제에서 가장 비싼 좌석의 가격을 4만8,000원으로 책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국제음악제 관계자는 “클래식 음악의 장벽이 높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 만큼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접하게 되면 애호가 분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경남오페라단 역시 “지역에서도 높은 수준의 공연을 기대하는 관객들이 있는 만큼, 티켓 가격을 올려 수입을 늘리기보다는 더 많은 관객들이 오페라 극장을 찾게 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티켓 판매로는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티켓 가격에 관객들은 당장 더 할 나위 없는 알짜배기 공연으로 인식하지만, 공연을 기획하는 쪽에는 결국 재정적 부담을 의미한다.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은 오케스트라 초청료, 항공권, 숙박비 등을 포함해 5억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2,500여석의 객석을 모두 유료 관객으로 채워도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오페라 ‘아이다’ 제작비는 6억~8억원 정도로 다른 오페라에 비해서도 더 비싼 편이다. 화려한 무대 장치를 줄이고 홍보비용을 최소화해도 부족한 제작비를 메우기는 힘들다. 결국 기업 후원에 기댄다. 서울국제음악제는 “부족한 제작비는 기업의 후원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클래식 분야에 대한 기업 후원이 줄어든 점도 ‘가격 파괴’와 무관치 않다. 한국메세나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금액은 2014년 1,771억여원, 2015년 1,805억여원, 2016년 2,025억여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166억6,000만원을 차지하는 클래식 분야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에게 무작정 후원을 요청하기보다는 다채로운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승림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유럽과 미국에서도 클래식 음악은 국가나 기업의 지원이 없으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성격으로 나뉘는 음악 시장과 관객층을 고려해 세분화된 지원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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