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판 단체 간 연대에도
철저히 대응하라” 지시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총선에서 당시 보수정당인 새누리당 승리를 위해 보수 단체들을 활용한 정황이 드러난다. 불법 선거운동에 엄정 대응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야당을 견제하려는 이율배반적인 박근혜 정부 청와대 태도는 정치 중립성이 훼손된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1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지난해 1월 11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실수비) 결과 보고서에는 당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현기환 정무수석에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협의회(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재향군인회 등 보수 단체들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한 만큼, 이들 단체들의 역량을 총결집하여 정부 지원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13일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에 보수 성향 단체들을 활용하라는 ‘관권 선거’ 지시로 읽힌다. 이와 관련해 19일 새벽 구속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 자금을 지원 받아 보수단체를 동원해 관제시위를 한 의혹뿐만 아니라 지난해 총선에서 야당 측 후보 낙선 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 실수비에서 논의됐던 내용이 허 전 행정관 등을 통해 실제 이행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다음달 2월 10일 열린 실수비에선 이 전 실장은 야당을 견제하는 지시를 내린다. 그는 “2월 27일 민중총궐기 대회가 올해 대정부 투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정부) 비판단체간 연대 움직임에 철저히 대응하고, 총선 관련 비판 세력의 특정 후보 낙선운동 등 불법 선거운동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당시 현기환 정무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말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시위대가 새누리당 후보 측에 불리한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시 정부의 부적절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을 맞이하게 됐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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