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대표적인 한국 문화재 반환 전문가이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 온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 일본 이바라키(茨城)대학 명예교수의 별세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향년 91세.
19일 아라이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전국공습피해자연락협의회는 그가 올해 5월 담낭암을 진단 받은 뒤 투병해 온 끝에 지난 11일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192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아라이 교수는 1949년 도쿄대 문학부 서양사학과를 졸업, 이바라키대학과 스루가다이(駿河台)대학 교수 등을 역임했다. 그는 제국주의와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연구와 통찰을 바탕으로 1993년에는 일본전쟁책임자료센터를 설립해 일본의 2차 세계대전 가해 책임을 대내외에 알려 ‘일본의 양심’으로 불려왔다.
아라이 교수는 특히 한국ㆍ조선문화재반환문제연락회의 대표를 맡으며 일본 내 대표적인 한국문화재반환 전문가로 우리나라와 연을 맺었다. 그는 2011년 4월 일본 국회에서 “조선왕실의궤가 궁내청 서고에 잠들어 있기보다 조선 왕조의 문화적 상징으로 그 고향에 가야 한다”고 발언해 한일 양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가 2010년 8월 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를 한국에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자 이같이 주장해 일본 국회의 반환 승인을 얻어냈다.
아라이 교수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도 앞장섰다. 1993년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조직적 개입을 입증하는 업무일지 등 60점을 공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피해자들과의 대화를 통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한 대표 인사이기도 하다. 한일 위안부 합의로 격론이 펼쳐졌던 지난해 5월 그는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위안부 문제의 입법 해결을 요구하는 모임’의 성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직접 피해자와 면담, 그들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양국 정부의 진정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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