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에 문제가 없었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삼성물산 옛 주주인 일성신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합병 추진 과정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방향으로 이뤄졌다며 지난해 2월 합병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 함종식)는 19일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지 1년 8개월 만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초 지난해 12월 15일 선고가 예정돼 있었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가 시작되자 재판부는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청탁 관련 형사사건의 수사ㆍ재판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심리를 계속했다. 일성신약은 “합병은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된 것이라 목적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일성신약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합병이 포괄적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하더라도 승계만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볼 수 없고, 경영 안정화 등 계열사가 얻은 이익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0.35)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합병 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과정에 외압이 있었기 때문에 합병이 위법하다는 주장도 펼쳤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최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015년 7월 주주총회에서 합병 찬성 의사를 표할 때 보건복지부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의 개입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의결권 행사 과정에 개입해 공단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1심 형사재판에서 각각 징역 2년 6월을 선고 받았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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