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국 출신 스태프들이 만든
KBS ‘고백부부’ㆍMBC ‘보그맘’
과장된 설정과 웃음 코드로 각광
13일 첫 방송한 KBS2 ‘고백부부’는 예능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연출과 웃음 코드를 곳곳에 배치했다. 과거로 돌아간 38세의 마진주(장나라)는 돌아가신 엄마(김미경)의 살아생전 모습을 접하고 엄마 옆에 붙어있는 ‘엄마 껌딱지’가 됐다. 마진주의 모습이 감성적인 배경음악과 함께 그려지는데, 부모의 대사가 난데없이 분위기를 깬다. “나 얘(마진주) 무서워.” “나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나온 대사라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릴 만하다.
‘고백부부’는 ‘예능드라마’다. 드라마국에서 드라마를 만들던 전통적 제작 방식을 벗어나 예능국 스태프가 드라마를 만드는 최근 제작 경향이 빚어낸 신종 장르에 속한다. KBS2 ‘프로듀사(2015)와 ‘마음의 소리’(2016)가 시초다.
‘고백부부’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호의적이다. 공영방송 파업 속에서 금요일과 토요일 밤 11시 편성된 드라마인데도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6%(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고백부부’의 한 관계자는 “예능국 출신의 PD들이라 예능적 감각을 잘 살리는데, 예능 요소가 드라마와 맞물려도 이질감 없이 읽히면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며 “아름다운 장면을 뽑아내기보다, 장면 속 세세한 부분들을 살려 공감과 웃음을 끌어낸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MBC ‘보그맘’도 ‘고백부부’와 같은 결을 지녔다. 빠른 전개와 다소 과장된 설정과 연기, B급 유머로 웃기는 장면을 연이어 보여준다. 곳곳에 자막을 입혀 형식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도 상류층의 과시욕과 비정한 사교육 풍토를 풍자해 드라마의 주제를 살렸다.
예능드라마의 선전은 시청자의 기호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한동안 인기를 끌던 장르물에 시청자가 식상해 하면서 로맨틱코미디 장르가 재부상하고 있는 와중에, 코믹 요소가 강화된 예능드라마가 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각광을 받고 있다. 8부작 드라마(tvN ‘아르곤’), 시리즈 드라마(JTBC ‘청춘시대’) 등 형식과 내용에서 다채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들이 늘어나면서 과감하고도 새로운 형식을 담은 예능드라마가 주목 받고 있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 환경이 자유로워지면서 시청자도 새로운 형식을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듯하다”며 “시트콤, 예능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기세가 약해진 요즘, 특정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로 재미를 끌어내려는 노력은 더 높이 살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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