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낮아 은행대출 어려워
95%가 25% 넘는 금리로 빌려
연체율 3년새 3.8에서 5.7%로 늘어
대학생 전모(26)씨는 지난 2015년 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이 어려워지면서 학자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르바이트로 월 소득이 50만원에 불과한 전씨는 급하게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렸고 업체 두 곳에서 93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어느새 이자만 200만원으로 불었고 연체까지 발생했다. 전씨는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졸업까지 상환을 미룬 상황이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부업체를 찾는 20대가 늘고 있다.
19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가 상위 20개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은 지난 6월말 기준 9,396억원이다. 20대 차주의 대출잔액은 2013년에는 8,082억원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다. 상반기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20대 차주(26만2,508명)의 95.3%는 25%가 넘는 금리로 돈을 빌렸다. 법정 최고금리인 27.9%가 넘는 차주도 6만6,000명에 달했다.
소득이 적은 20대는 돈을 제때 갚기도 어렵다. 20대 차주의 연체율은 2014년 3.8%에서 올해는 5.7%로 늘어났다. 1년 이상 연체된 금액도 같은 기간 22억원에서 44억원으로 두 배로 뛰었다.
청년들이 대부업체에까지 손을 내미는 건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에선 대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은 금융거래 이력이 없어 신용등급이 대체로 4~6등급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의 신용평가를 통과하기 쉽잖다. 게다가 취업난도 심각하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21.5%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20대가 상반기 대부업체 대출 26억5,537건의 사용처를 보면 생계자금이 69.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원래 대출이라는 게 소득이 있다가 일시적으로 부족할 때만 해야 하는 것인데 소득 자체가 없는 대학생들까지 생계를 위해 돈을 자꾸 빌려야 한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젊은이들에게 투자한다는 인식을 갖고 대출유예나 감면제도를 통해 이들의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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